'유어 마인드'. 홍익대 상권의 맨 끄트머리 구석진 골목에 자리한 서점 이름이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 꼭대기에 있다. 그 흔한 간판도 없이 유리창에만 상호가 적혀 있어 고개 들어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30여㎡ 규모의 자그마한 공간엔 요즘 잘나간다는 소설이나 여행에세이,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톡톡 튀는 인쇄물들로 넘쳐난다.
서점 주인이자 작가인 이로(30)씨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판매하는 소규모 책방"이라고 '유어 마인드'를 소개했다.
독립출판물은 2007년부터 국내에 본격 소개됐지만 일반인에겐 여전히 생소하다. 그는 "현행 출판사 시스템이나 책 제작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까지 도맡아 만드는 출판물"이라고 정의했다. 자본과 상업성에서 벗어나 제작자 의도를 최대한 반영한 점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유어 마인드'는 온라인을 통해 1년여 동안 시험운영을 한 뒤 2010년 5월 문을 열었다. 개점 동기를 묻자 "순전히 개인적인 필요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등단 같은 정식 절차 거치지 않고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싶었는데 그걸 유통시킬 방법이 없어 서점을 열게 된 겁니다." 이씨는 자신의 습작을 엮은 100쪽 분량의 이라는 책을 비정기적으로 내고 있고, '유어 마인드'에서 이 책을 판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초기엔 직접 저자들을 찾아가 책을 납품 받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작가들이 먼저 책을 들고 찾아온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운영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동네 서점은 물론 규모가 꽤 큰 서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물을 팔아 수익이 낼 수 있을지 확신도 힘들었다.
그를 지탱할 수 있게 한 건 작가로서 어렵게 얻은 소통의 기회였다.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기만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도 했다. 이게 적중했는지 몰라도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의 틈바구니 속에 '유어 마인드'를 찾는 손님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덕분에 독립출판물의 종류와 형식도 덩달아 다양해졌다. 그는 "대형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획일적인 출판물이 아니라 개인의 기호와 색깔을 맞볼 수 있는 출판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씨는 매년 독립출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워크숍과 작은 규모의 국제독립출판도서전 '언리미티드에디션'을 열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운영한다면 지금의 독립음악이나 독립영화 처럼 독립출판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게 될거라 믿습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