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어린이들은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이른바 과잉행동장애(ADHD)다. 이유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이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전자파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에, 결국 휴대폰에 오랜 시간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와 행동발달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1일 한국전자파학회, 단국대 의대, 이화여대 약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휴대폰 전자파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그 동안 휴대폰 전자파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이번에 사실상 처음으로 그 심각성을 인정하게 됐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해 휴대폰 전자파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아이들에게 전자파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흡수율 때문이다.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전신평균 전자파 흡수율(SAR)의 한계치는 ㎏당 0.08W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7세 미만 아이들의 흡수율은 한계치보다 크게 높은 0.12W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들은 2세대 이상 휴대폰이 사용하는 1~3㎓ 주파수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더 잘 흡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TRI 바이오전파연구팀의 이애경 박사는 "어른보다 아이의 머리뼈가 얇고 뇌의 혈류속도가 빨라서 전자파를 더 잘 받아들인다"며 "아이들이 전자파에 민감하게 반응한 만큼 전자파 방출 세기를 국제적으로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전자파 흡수율은 결국 ADHD 같은 발달장애로 이어진다. ETRI와 단국대 의대 연구진이 2008~2010년 전국 10개 도시 3~5학년 초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한 결과, 휴대폰을 30~70시간만 사용해도 ADHD 발병 위험이 4.34배 증가했다. ADHD란 주의력 결핍에 따른 과잉행동장애로, 아이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공격성 및 충동성을 보이는 질환이다. 하미나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혈중 납 성분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 ADHD의 발병 위험률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휴대폰 전자파가 납 성분에 영향을 미쳐 ADHD의 발병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의 혈중 납 성분은 식품 포장지, 장난감, 어린이용 화장품, 놀이기구에 칠해 놓은 페인트 성분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하 교수는 "공장지대 등 납 성분이 많은 지역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일 수록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휴대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경우 ADHD 발병 위험이 올라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휴대폰 전자파가 어린이 및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과 어린이 뇌암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휴대폰 안전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할 예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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