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45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조선 외규장각 의궤가 3,900만 화소카메라와 최첨단 색조기술로 재현된다.
21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작년 4월 반환된 의궤 297책 중 사도세자의 장남 의소세손의 장례과정을 담은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 상ㆍ하권이 전시와 학술연구 목적으로 11월말 영인본으로 제작된다.
이 영인본은 단순히 원본을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원본 그대로를 똑같이 재현한다는 것. 이 작업을 위해 3,9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가 동원된다.
첨단 스마트폰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는 보통 500만 화소, 요즘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DSRL카메라는 1,500만~2,000만 화소다. 업계 관계자는 "3,900만 화소면 원본을 육안으로 보는 것과 동일하게 느끼는 최적의 화소"라며 "6,000만 화소도 개발되기는 했지만 육안으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데다 모니터 및 출력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현재로선 3,900만 화소가 원본재현에는 최적의 기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인본 제작에 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색분해 기술이다. 같은 화소라도 실제 사물을 육안으로 보는 것과 가장 가까운 색깔을 구현해야만 석채(돌가루)나 금 등 세밀한 재료까지 재현할 수 있다.
이번 작업은 세계적 카메라업체인 일본 올림푸스의 한국법인 올림푸스한국이 맡는데 자체 개발한 '리얼픽스'란 색분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 카메라가 적,녹,청(RGB)의 세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각 색상의 중간 색감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반면 리얼픽스는 여기에 3가지 중간색을 더해 사물이 가지고 있는 색감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김은식 올림푸스한국 리얼픽스스튜디오 실장은 "지금까지는 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영인본을 만드는 데 모사 작가가 동원되어왔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실상 별개의 것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이라며 "리얼픽스 기술이 적용되면서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는 반면 원본과 더욱 흡사한 영인본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 한국은 오는 11월말까지 남한산성관광사업단과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진집을 제작한다. 또 지난 해 8월부터 10월까지는 태조 이성계의 지원으로 번성했던 회암사를 복원하기 위해 건립한 회암사지 박물관(7월 개관예정)에 전시될 불화 6점의 복제본을 제작하기도 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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