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관련해 전격 압수수색에 착수한 2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선 압수수색을 집행하려는 검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당원들 간의 대치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최근 부정 경선 파문으로 갈등을 빚던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소속 당원들도 이날만은 모처럼 "진보정당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저항했다.
그러나 두 계파는 따로 브리핑을 하고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초래한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신당권파는 부정 경선으로 파문을 불러온 구당권파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으나, 구당권파는 조작된 진상조사보고서를 일방적으로 공개해 이번 사태까지 왔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 2명을 포함한 27명의 수사팀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대방동 솔표빌딩 12층에 위치한 통합진보당 당사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법원 영장을 제시한 뒤 온라인 투표시스템과 현장투표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당황한 당직자들이 변호사를 불러 압수수색 대상에 당원명부 등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고, 곧바로 관련 자료들이 보관된 사무실과 당사 현관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양측 간 대치가 시작됐다.
'당원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주요 당직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9시부터 김선동 의원과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국회의원 당선자 등 구당권파 인사와 민병렬 권태홍 혁신비상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등 신당권파 인사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당원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당사 밖에 있던 경찰 50여명은 유리로 된 출입문을 밀면서 진입을 시도했다. 이를 당사 안에 있던 100여명의 당직자들이 몸으로 막아내는 과정에서 한 쪽 유리문이 망가지기도 했다. 이후 강기갑 혁신비대위 위원장과 정진후 김제남 박원석 김미희 당선자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당사 출입문은 봉쇄된 뒤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강 위원장을 막아 섰고 당직자들은 "당 대표가 올라오는데 왜 막느냐"고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당원 30여명과 함께 현관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강 위원장은 "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원 명부를 내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 위원장은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사가 입주한 건물 밖에선 비례대표 15번 황선 후보와 50여명의 당원들이 "공안검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통합진보당이 당원 명부 공개를 꺼리는 데에는 외부에 드러나선 안 될 당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진성당원 중에는 교원이나 공무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행법상 정당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명부가 공개될 경우 당사자들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당 전체가 압수수색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제동이 걸리자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원명부가 담긴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S사 사무실을 타깃으로 삼았다. 검사와 수사팀 20여명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려고 하자 소식을 듣고 온 강 위원장 등 당원 20여명이 검찰의 수색을 막았다. 강 위원장 등은 "당 서버만큼은 검찰에 내줄 수 없다"며 사무실 내 제1서버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오후 11시쯤 당 관계자들을 끌어내고 서버실에 진입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당원들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서버실에 진입한 검찰과 경찰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몸으로 막았지만 이들은 새벽 1시20분쯤 뜯어낸 서버를 창문으로 빼내 차에 올라탔다. 당원들은 차량 운행을 육탄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검찰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온라인 경선 투표시스템을 맡아 운영한 엑스인터넷정보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팀을 보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이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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