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방황하는 것은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와 사회가 뚜렷한 희망을 보여주지 않아서죠."
경기기계공고 취업특성화부 취업담당 신이건(61) 교사. 교편을 잡은 지 33년째인 그는 학교에서 여느 젊은 교사 못지 않게 산업계를 누비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졸자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취업난 속에서 제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일터를 갖기 위해서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취업처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거리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직접 찾아가 인사담당자나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눈도장을 찍고 오는 성격이라 경기 동두천시, 안산시 등 활동반경도 만만치 않게 넓다.
초임 교사 시절부터 제자를 한번 취업시킨 기업과는 10년 가까이 연을 맺으며 학생과 회사가 커 가는 것을 지켜봤고, 연구부장, 실과부장 등을 거쳐 2011년 본격적으로 다시 취업 담당업무를 맡은 뒤 더욱 의욕적으로 시도한 각종 특강과 산업체 발굴 프로그램 덕분에 25.2%였던 학교 취업률이 지난해 46%로 부쩍 뛰어올랐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학교 밖에서는 어떤 기업이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며 "적성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교사가 대신 업체를 방문하고 가능성 있는 기업의 리스트를 보여주는 안내자 정도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낯선 회사를 방문해 인사 담당자들에게 채용을 호소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바쁘다고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 숱한 시행착오 끝에 신 교사가 터득한 노하우는 '산업체의 어려움을 먼저 경청하는 것'이다. ▦기술을 가르쳐 놓은 젊은 사원들이 걸핏하면 이직을 한다 ▦생산라인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원 모집이 쉽지 않다 ▦지원자는 많은데 막상 원하는 자격을 보유한 학생이 없다 등의 사정을 천천히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 교사가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고 의외로 학교 학생들 중 추천할 만한 인재들이 적지 않아 문제가 쉽게 풀렸다. 그는 "인사 담당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주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볼 때, 이런 선생님이 추천한 교사라면 채용해 봐도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이력서 한 장이라도 더 보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 채용에 소극적인 회사에는 먼저 '인턴사원제'를 제안해 방학 중 학생들이 직업체험도 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검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유대관계 유지를 위해 정기적 간담회도 실시했다. 지난해 이런 식으로 신 교사가 확보한 일자리만 150여 군데. 전교 학생 35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65명(45%)가 취업에 성공했고, 평균 연봉은 2,200만원 수준이다.
신 교사가 직접 작성한 '취업 10계명'도 이런 성과에 큰 몫을 했다. 그는 "정작 이력서를 보내보라는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돌아와도 학생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지원을 망설여 고민도 많았다"며 "무조건 처음부터 연봉이 많은 회사가 아니면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이름난 회사만을 고집하는 학생들에게 적성을 찾고 CEO가 될 수 있는 희망을 키워주고 싶어 10계명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 틈새시장,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적극적으로 돌진하라는 취지의, 간단하지만 심오한 10계명을 토대로 한 각종 특강이 힘을 발휘한 덕분인지, 올해 들어 오로지 목표 없이 대학 진학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270명으로 부쩍 늘었다.
그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집에서 출퇴근하기 멀잖아요' 등의 사소한 이유로 유망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일을 꺼리고 있다"며 "더 많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런 태도를 버리고 회사와 내가 함께 커간다는 생각으로 작은 기업에 들어가 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신 교사는 또 "일부이긴 하나 '우리사회에서는 그래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어른들의 한 마디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런 편협한 편견을 버리고 교사 학부모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한 고졸 취업을 지원할 때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꿈의 일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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