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다. 나는 죄가 있으면 검찰에 자진해서 나간다. 남의 돈 가진 적 없고, 추호도 그런 일 없다. 내가 그런 잘못을 했으면 여기서 독약을 먹는다."
노건평(70)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경남 김해시의 폐기물처리업체 영재고철 운영자이자 진영읍 번영회장이기도 한 박영재(57)씨는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하도 답답해서 내가 검찰에 전화를 한 번 해 볼 작정"이라며 "(검찰이 말한 대로) 검은 돈이 들어오면 내가 잡혀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진영읍 영재고철 사무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며 몇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박씨는 무엇보다 의혹이 제기된 '자신의 동생(박석재씨) 명의 계좌에 들어간 250억원 상당의 괴자금'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일부 언론은 박씨가 운영하는 영재고철 계좌에 2005년부터 2008년 5월까지 250억원가량의 뭉칫돈이 입금됐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계좌 거래내역이 없는 것으로 비춰, 이 계좌에 노건평씨가 전 정부 시절 수수한 부정한 돈을 묻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노씨에게 송금된 사실을 근거로, 돈의 출처를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씨는 이날 기자에게 회사 통장 2개의 사본을 보여주며 "많은 날은 하루에 몇 억씩 입금되고, 회사 1년 매출액이 150억~200억원 정도였다. 3년이면 600억원 정도가 되는데, 통장에서 움직이는 돈이 많다고 다 검은 돈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언급한 '수백억원'은 회사 계좌에 한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3년 간 통장에서 오간 입출금 내역의 총합이라는 주장이다.
박씨는 이어 2008년 5월 이후 입출금이 일어나지 않은 채 통장에 250억여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 돈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돈 거래가 멈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8년에 세법이 바뀌는 바람에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사업용 계좌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예전 계좌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좌를 동생 석재(54)씨 명의로 차명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1999년부터 동생과 사업을 같이 시작하면서 회사 통장을 동생 명의로 만들어 사용해 왔다"며 "동생이 소를 키운다고 사업을 그만뒀으나 중간에 명의를 바꾸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 그대로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영재고철을 사실상 폐업하고, 새로운 폐기물업체인 동부스틸을 설립해 돈세탁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철강회사들이 압축고철이 아니면 받지도 않기 때문에 은행에서 60억원 빚을 내서 아는 사람에게서 80억원 정도를 주고 산 업체"라며 "여기(영재고철)에서 수집해서 거기(동부스틸)에 갖다 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씨는 "이것까지 해서 내 빚이 80억원은 됐다.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어음도 못 막을 처지"라며 울컥하기도 했다.
박씨는 문제의 계좌는 이미 검찰과 국세청의 숱한 조사를 받았으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끝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창원지검 특수부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동생과 형님, 아들, 누나까지 가족의 통장 전부를 조사했지만 결국 무혐의 내사 종결 통보를 받았다"며 "2009년에 박연차(전 태광실업 회장)가 구속됐을 때도 노건평씨 때문에 대검 중수부가 사무실이랑 집까지 압수수색했고,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돈이 우리 회사에 들어왔으면 내 목을 자르라고 하지 않았냐"며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한 명 낳았다고 이래도 되냐"고 항변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해=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