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방패가 이겼다.
올시즌 초까지만 해도 더없이 번뜩이는 날카로움을 뽐내던 창은 '어떤 볼이든 걷어 올리는' 방패를 뚫지 못하고 무뎌졌다.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1,2위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의 얘기다.
나달이 21일(한국시간)오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로마 마스터스에서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를 세트스코어 2-0(7-5 6-3)으로 완파하고 이 대회 통산 여섯번째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지난달 몬테카를로 마스터스대회에서 조코비치를 역시 2-0으로 꺾고 챔피언에 올라 지난해부터 올시즌 초까지 당한 결승전 7연패의 수모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달은 역대 전적에서도 조코비치에 18승 14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나달은 이로써 ATP 마스터스 대회 21개째 우승컵을 따내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를 제치고 통산 최다 마스터스 챔피언에 올랐다. 랭킹포인트 1,000점을 획득한 나달은 또 페더러에게 '잠시 넘겨준' 랭킹 2위 자리도 되찾았다.
나달의 끈질긴 체력전에 조코비치가 41개의 범실로 무너진 경기였다.
한 차례 서브게임을 주고받은 가운데 맞이한 1세트 게임스코어 5-5 상황.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나달이 가져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나달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잘 지켜 경기를 7-5로 마무리했다. 1세트를 따내는데 걸린 시간만 1시간16분이 흘렀을 정도로 팽팽한 난타전이었다. 기세가 오른 나달은 2세트를 비교적 손쉽게 풀어갔다. 조코비치의 첫 서브게임을 따내면서 기분 좋게 출발한 것. 나달은 결국 조코비치의 4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6-3으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나달의 다음 목표는 28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이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사상 처음으로 통산 7번째 우승컵에 도전한다.
한편 전날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선 마리아 샤라포바(26ㆍ러시아ㆍ2위)가 리나(30ㆍ중국ㆍ7위)를 맞아 거짓말 같은 2-1(4-6 6-4 7-6) 역전승을 거두고 통산 26번째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우승컵을 안았다. 샤라포바는 2세트에서도 0-4로 일방적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으나 때마침 내린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기사회생했다.
샤라포바는 경기 후 폭우로 경기가 중단돼 덕을 본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릴 때부터 나는 비가 내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왜냐하면 비가 오면 테니스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라며 농담으로 되받아 쳤다. 리나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후 다시 코트에 섰을 때는 샤라포바가 터프 가이로 변신해 있었다"라며"샤랴포바는 행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우승한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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