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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49>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오리엔트 특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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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49>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오리엔트 특급열차

입력
2012.05.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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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서 프랑스 칼레로 향하는 호화 열차. 14 명의 승객을 태운 이 열차가 폭설 때문에 정지하고 있는 동안 한 부호가 살해됐다. 아무도 열차를 빠져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었던 상황. 승객들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고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줬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승객으로 탑승했던 벨기에의 명탐정 '에르퀼 포와르'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무대가 되었던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1977년 5월 22일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883년 벨기에의 사업가에 의해 처음 기적을 울린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호화로운 침대차와 식당차, 숙녀용 객실을 갖춘 세계 최초의 대륙횡단 특급열차였다. 편안한과 호화로움으로 명성을 얻은 이 열차는 193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위스 로잔, 이탈리아 밀라노,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그리고 불가리아의 소피아를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약 3,000km를 달렸다.

동양의 신비로운 역사를 간직한 이스탄불의 매력에 이끌린 유럽의 왕족과 귀족, 저명인사들이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애용했으며 유럽 상류층은 이 열차를 타고 고풍스러운 도시와 알프스의 풍광, 이스탄불의 신비로움을 만끽했다. 은은한 실내 음악과 고급 요리, 벨벳 휘장과 스페인제의 부드러운 가죽을 씌운 안락의자, 마호가니로 장식한 천장 등 열차의 시설과 분위기는 고급 사교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숱한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운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으며 47년 운행이 재개됐지만 경제적 손실이 막대했다. 열차를 공동으로 운영하던 기업들은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철도운행이 점점 쇠퇴하기 시작하고 경영난이 가중되자 운행 중지를 최종 결정하기에 이른다.

77년 5월 20일 파리 리옹 역을 출발한 열차는 6개국을 횡단한 뒤 5월 22일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하며 역사의 터널로 사라졌고 리옹 역에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트 특급의 마지막 운행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직행 오리엔트 특급이 폐지된 후 파리, 베니스, 로마, 프라하 등 일부 구간의 단거리 노선이 부활했지만 옛날의 명성은 회복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TGV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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