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초의 민주적 대통령 선거가 23, 24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13명이 출마하는데 암르 무사(76)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 무함마드 무르시(61) 자유정의당 대표, 압둘 무님 아불푸투(61) 전 아랍의료연맹 사무총장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주장하는 세속주의자 무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4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가 당선되면 이슬람주의가 장악한 의회와 갈등을 빚어 정국 혼란이 예상되지만 미국 및 이스라엘과는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중산층과 자유주의자, 기독교도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서 10년간 외무장관을 지낸 과거 군사정권의 인물이었다는 점이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슬람주의자인 아불푸투와 무르시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한 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등 이란과 같은 신권정치를 펼쳐 미국과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중 아불푸투는 살라피스트(강경 이슬람 근본주의자) 및 무사에 반대하는 세속주의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서 활동하다 제명됐던 그는 무바라크 정권에 맞서 싸운 투사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무르시는 이스라엘을 적으로 간주하고 반서구를 주장하는 강성 후보다. 의회의 42%를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정국 안정을 바라는 세력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외에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아흐메드 샤피크(71)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깜짝 2위를 하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무사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하더라도 과반 이상 득표가 힘들어 결선투표에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집트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로부터 7월 권력을 이양받게 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데니스 설리반 교수는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된 이집트 정국 혼란이 이번 대선으로 일거에 해결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주의의 확립으로 나아가는 단계 중 하나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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