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 어제 오전부터 서울 동작구 대방동 중앙당사 등 관련 시설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당 측의 거센 반발로 밤 늦게까지 집행에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경선관리업체 사무실에 대해서만 조기에 집행을 완료했을 뿐, 당사와 투표서버관리업체에는 진입을 못한 채 당원들과 장시간 대치했다.
검찰의 수사 명분은 법적으론 문제될 게 없다. 정당 비례대표를 추천하는 당내 경선에서 총체적이고도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면 이는 중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보수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른 수사지만 고발이 없었더라도 공당(公黨)에서 특정 정파에 유리하도록 투표 과정과 결과를 조작했다면 이는 법과 원칙을 세워야 하는 검찰에게 진상을 규명하고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더욱이 통합진보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치사회적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방침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의혹은 불ㆍ탈법을 가리는 법적 측면과 함께 지극히 예민한 정치 현안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복잡한 사안이다. 정치적 의사결집체인 정당의 문제에서는 구성원 간의 타협과 조정, 민의의 반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우선이되 법은 최소한도로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함이 원칙이다. 이게 현대 민주정치의 정상적 작동원리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검찰의 개입은 너무 성급했다.
비록 비당권파의 혁신비대위에 맞서 당권파가 또 다른 당원비대위를 띄우는 등 막무가내식 저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 여론은 분명하게 당내 자정을 촉구하고 있고 영향력 큰 진보적 재야원로들도 입장을 비당권파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다. 문제 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당기위 등의 판정도 자정과정에서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판국에서 공권력의 섣부른 개입은 자칫 진보정당 활동을 위축시키는 의도로 받아들여져 힘겨운 자정노력을 무위로 만드는 역풍으로 작용할 소지가 대단히 크다. 당분간은 통합진보당의 자구노력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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