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어린이일수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다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어제 발표한 연구결과는 일단 휴대폰 사용이 인체와 어린이 행동발달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중독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 급증에 따른 부작용은 훨씬 심각하다는 점에서 보다 포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TRI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휴대폰 사용과 ADHD 촉발 간의 상관관계다. 연구결과 혈중 납농도가 높은 어린이가 휴대폰을 30~70시간 사용할 때,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ADHD 촉발이 최대 4.34배 높아졌다. ETRI는 "이번 결과가 전자파의 직접적 영향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라고 분석했다.
둘째, 이번 연구는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이 어린이에게도 적정한지 조사했다. 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이동통신용으로 쓰이는 1㎓ 이상의 주파수 대역에서 어린이가 전자파를 성인보다 더 높게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TRI는 "어린이를 위해 현행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관련 대책 수립이다. 이번 연구를 의뢰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비록 전자파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연내에 어린이를 위한 '휴대폰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홍보하겠다"는 미지근한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2010년에 비해 6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조사 대상자의 71.8%가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게임을 했다는 사실이 최근 여성가족부 조사로 드러나는 등 부작용은 비단 행동장애에 그치지 않는다. 2009년 94.3%에 달했던 청소년 독서인구 비율이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한 2010년 72.3%로 급락한 것도 대표적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방통위 차원을 넘는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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