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팝그룹 비지스의 싱어 로빈 깁이 20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62세. 유족들은 로빈이 암과 관련한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투병하다 영국 런던의 자택에서 이날 숨졌다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혔다.
로빈 깁은 2010년 결장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올해 초 병세가 좋아졌다고 전해졌지만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고 폐렴 합병증이 겹쳐 4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잠시 의식을 되찾기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맨 제도에서 태어난 로빈은 1958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건너갔다. 쌍둥이 형제인 모리스 깁, 형 배리 깁과 함께 비지스를 결성한 로빈은 63년 첫 앨범을 냈다. 67년 영국으로 돌아가 ‘홀리데이’, ‘투 러브 섬바디’,‘매사추세츠’, ‘돈 포겟 투 리멤버’ 등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냈다. 이 중 ‘홀리데이’는 99년 제작된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비지스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 앨범을 77년 발표한 뒤 세계적인 그룹으로 거듭났다. 이 앨범은 전세계에서 4,000만장 이상이 판매돼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간 앨범’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고, 80년대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 앨범으로 기록을 깨기 전까지 사상 최대의 판매 기록을 유지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 ‘나이트 피버’, ‘스테인 얼라이브’ 등은 미국 가요순위를 동시에 석권하며 전세계에 디스코 바람을 몰고 왔다. 일부 비평가들이 디스코 음악을 저급한 통조림 상품으로 비유했지만 그 열기를 가라 앉힐 수는 없었다. 비지스가 전세계적으로 판매한 앨범은 2억장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지스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24주간 정상을 지키고 97년에는 로큰롤명예의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이 전설적인 그룹은 그러나 2003년 모리스 깁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공식 해체했다. 로빈은 2005년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솔로로 활동하던 막내 동생 앤디 깁은 앞서 88년 코카인 중독으로 숨졌다.
로빈 깁의 사망 소식에 BBC방송 디제이로 활동했던 마이크 리드는 “로빈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천재적인 작사 실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소니 뮤직은 이날 트위터에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음악에 감사합니다”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올렸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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