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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최성원·주찬권 14년 만에 들국화 재결성/ "전설이라는 수식어 떠나 진짜 음악 들려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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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최성원·주찬권 14년 만에 들국화 재결성/ "전설이라는 수식어 떠나 진짜 음악 들려주고 싶어"

입력
2012.05.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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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과할게요. 제가 잘못 했습니다."

록밴드 들국화의 14년 만의 재결성을 공식적으로 알린 21일 기자회견에서 전인권(58)은 우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마약 안 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10여 차례 반복할 정도로 그는 약물에 빠져 지냈던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강조했다. 최성원(58)도 "최근 20여년간 목소리 중 (지금이) 최고"라고 거들었다.

'한국 록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들국화가 7월 7일 대구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꽃을 피운다. 1997년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허성욱을 제외하고 전인권(보컬), 최성원(베이스), 주찬권(57ㆍ드럼) 세 명이 뭉쳤다. 들국화 1집 발매 후 탈퇴했던 기타리스트 조덕환에 대해 전인권은 "언제든지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1985년 데뷔한 들국화는 반항적인 가사에 포크와 블루스, 팝을 기반으로 한 한국적인 록 음악으로 TV에 한번 출연하지 않고도 음반과 라이브 공연만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으로 꼽히는 1집에선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이 크게 히트했다. 2집(1986)의 실패 후 89년 공식 해체했으며 95년 전인권이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3집을 발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 재결성은 98년 허성욱 추모를 위해 다시 모여 공연을 한 뒤 14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들국화의 재결성을 가로막은 것은 마약 중독으로 인해 망가진 전인권의 건강이었다. 전인권은 "가족의 사랑 덕에 많이 좋아졌다"고 했고, 최성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목소리가 회복했고 이젠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이에 전인권은 자신들이 데뷔 전부터 즐겨 불렀던 영국 밴드 홀리스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의 일부분을 불러 보이기도 했다.

들국화가 다시 꽃 필 수 있게 씨를 뿌린 것은 드러머 주찬권이었다. 그의 제안에 전인권의 마음이 움직였고 제주도에 살고 있는 최성원이 두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윤곽이 잡혔다. "외국 밴드 중에서 롤링 스톤스 같은 팀은 멤버들끼리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최고의 흥행 밴드잖아요. 좋은 방법을 찾아내면 우리도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전설이니 카리스마 같은 수식어를 떠나 진짜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최성원)

당장 신곡 발표 계획은 없단다. 완성된 신곡이 있다는 전인권의 말에 최성원은 "기존 곡, 외국 곡, 신곡이 문제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찬권은 "음반을 내려면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일단 공연 위주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준비할 것"이라며 내년쯤 4집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들국화는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7월 13,14일), 부산(21일), 울산(9월 15일)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며 TV 출연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젊은 층이 우리가 음악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랑 똑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를 좋아하던 40, 50대 팬들도 다같이 소년이 됐으면 좋겠어요."(최성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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