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지역별 순회 경선이 이변으로 시작됐다. 첫 경선지인 울산에서 일반적 예상을 깨고 김한길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에 따른 이른바'이해찬 대세론'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20일 실시된 울산 지역 대의원 투표 결과는 무엇보다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당 안팎의 강한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 당시 '담합'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박지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7표 차이로 신승했는데, 이번에 이 후보는 더 큰 역풍을 맞았다.
울산 지역 대의원들이 '전략적 투표'를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간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진영의 좌장이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할 경우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새누리당과 다른 민주당의 역동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과로 김한길 후보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울산은 부산ㆍ경남과 인접한 지역임에도 친노진영의 세가 그리 강하지 않고, 대의원 수도 전체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울산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에 비해 2배가 넘는 득표를 했지만 전체 판세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찬 후보가 한 발 앞선 가운데 김한길ㆍ추미애ㆍ우상호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는 그간의 분석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첫 경선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데다 이해찬 후보는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체 판세의 윤곽은 21일 부산과 22일 광주 경선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부산은 친노진영의 본산이란 점에서 수세에 몰린 이해찬 후보의 반격이 얼마나 거셀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던 광주의 민심은 이번 전당대회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 투표에 앞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김한길 후보는 나머지 6명의 후보들과 함께 '이해찬ㆍ박지원 연대'를 집중 공격했다. 김한길 후보는 "힘있는 사람이 '나는 당 대표 할 테니 당신은 원내대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ㆍ박 담합 때문에 당이 위기에 빠졌다"며 "가장 센 계파의 좌장이 쓴 각본대로 된다면 당은 죽는다"고 이 후보를 몰아세웠다. 우상호 후보도 "이번 전당대회는 짜여진 각본대로 전대를 치르려는 세력과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해찬 후보는 "우리끼리 편을 가르고 다퉈선 안 된다"면서 "이번 경선에 나선 것은 총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공백을 치유하고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김한길ㆍ우상호 후보 등이 연설할 때는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이름을 연호했지만, 이해찬 후보 때는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이해찬 후보는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울산=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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