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7일 2차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여부가 그리스와 독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에 유로존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리스 정치권이 "부당한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리스 총리실은 18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총선과 유로존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디미트리스 치오드라스 정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메르켈 총리가 '얼마나 많은 국민이 유로존에 남아있기를 희망하는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총선과 함께 실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정부는 2차 총선만 관리할 수 있을 뿐, 국민투표 실시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정치권은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 '주권 침해' '내정 간섭' 등의 용어를 써가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를 피보호국으로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독일은 즉각 성명을 내고 "오해"라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독일 정부의 한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와, 독일어가 유창한 파풀리아스 대통령 간의 통화는 비밀대화로, (메르켈 총리가) 국민투표를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오해인지 사실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그리스를 방문 중인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은 그리스를 복속시키려는 게 아니라 도와주려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현지 AMNA통신이 보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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