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한국MSD의 CO(Commercial Operation)부서 수장(Director)인 김소은(사진 43) 상무는 하루에 열 번 이상 자기소개를 한다. 명함만 건네면 소속부서에 대한 질문이 돌아오기 때문.
CO부서는 일반 회사는 물론 제약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조직이다. 김 상무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20명으로 구성된 내부 컨설턴트 조직”이라는 얘기로 운을 뗀다. 그는 올해 1월 처음 만들어진 이 별동대의 첫 번째 리더다.
그는 1997년 한국MSD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영업과 마케팅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김 상무는 “당시만 해도 주먹구구식 영업문화가 만연해 있었다”며 “6년간 현장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제약업계의 영업관행은 후진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툭하면 불거지는 리베이트 문화, 의사ㆍ약사에 대한 열세적 지위 등등. 이런 뿌리 깊은 구태를 바꿔보려는 게 그의 시도였다.
그렇게 해서 2004년 지금의 CO부서 전신 격인 마케팅 및 영업 엑설런스(MSE) 조직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영업사원 교육이 주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나 약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는 일부터 사소한 복장까지 교육을 했다”며 “전례가 없는 조직이라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부서가 생겼다”고 말했다.
본사에서도 이를 높게 평가해 2008년 김 상무를 아태지역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을 돌며 한국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한 것. 그는 영업사원들이 의사들과 만났다는 사인만 받아오면 되는 ‘줄 세우기’ 관행 등을 뜯어고치고 영업사원 임금 인상 등을 통한 인식 개선에 주력했다.
그리고 올 초 한국에 복귀해 CO부서를 출범시켰다. 김 상무는 “CO부서는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우리의 경쟁사를 타 제약사가 아닌 컨설팅 회사 맥킨지”라고 설정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선보인 만성질환 환자의 임상정보 관리시스템 HERIS 프로그램이 그런 사례. 체계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인 탓에 전문의들 사이에 반응이 뜨겁지만 정작 서비스는 무료고 프로그램 어디에도 MSD의 로고가 없다. 김 상무는 “제약산업이 한 단계 위상을 높이려면 선진적 영업문화를 확립하는 게 절실하다”며 “앞으로도 그런 모범 답안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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