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맥이 곧 중국의 권력."
보시라이(簿熙來) 사건에서 보시라이 부부 못지 않게 주목 받은 인물이 아들 보과과(薄瓜瓜)다. 언론에 폭로된 보과과의 방탕한 유학생활은 대중의 공분을 자아냈다. 아버지 세대는 서구 방식을 배격하고 '중국식 사회주의'의 계승ㆍ발전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녀들은 해외로 유학을 보내는, 중국 지도층의 이중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중국 '붉은 귀족'들의 묻지마 유학 열풍을 꼬집었다. 중국 권력의 정점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5명은 자녀나 손자를 미국에서 공부시켰거나 시키고 있다.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도 2010년 하버드에 입학했다.
중국인이 미국식 교육을 선호하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10~2011학년도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15만7,558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단연 1위다. 유학생 수도 15년간 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고위층 자제들은 주립대에 가는 일반 학생과 달리 학비만 연간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일류 사립대를 고집한다. 자금 출처는 불투명하고 입학허가 과정도 알 길이 없다. 보과과는 영국 런던의 고급 사립학교 해로우스쿨(연간 학비 4만8,000달러), 옥스퍼드대(2만5,000달러), 하버드 케네디스쿨(생활비 포함 7만달러)을 차례로 다녔다. 그가 유학생활을 즐길 때 아버지의 연봉은 2만달러가 채 안됐다. 보과과는 "장학금과, 변호사와 작가로 활동한 어머니 구카이라이(谷開來)의 도움을 받아 충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 지도부는 왜 자녀의 미국 유학에 열을 올릴까.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시절 외교부장을 지낸 차오관화(喬冠華)의 양녀로 해외유학 1세대인 홍후앙은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난 이들은 엘리트 학교를 나와야 가문의 영광을 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르메스나 제냐 등 명품 브랜드를 걸치는 것이 부의 상징이듯, 아이비리그 졸업장은 '권력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보장해주는 징표라는 얘기다.
권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명문대 타이틀에 대한 집착은 중국 공산당에 뼈아픈 아킬레스건이다. 서구 방식을 '잘못 투성이'라고 비난한 중국 권력서열 4위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스탠퍼드대에 다니는 손녀가 명품 캐럴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져 곤욕을 치렀다.
반중 성향의 해외 독립언론 NTD TV는 "전ㆍ현직 장관급 자녀의 74.5%가 미국 시민권이나 그린카드(영주권)를 갖고 있으며 손자 세대로 가면 그 비율이 91%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 보도는 삽시간에 확산됐고 "관료들이 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저주하면서도 처자식은 미국에 노예 이민을 보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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