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암을 포함한 주요 질병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5%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행정서류 상의 수치일 뿐, 현실과는 큰 차이가 난다. 막상 암에 걸리면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집의 기둥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실제 암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평균 32%. 병원들이 갖가지 명목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온전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을 확대면서 진료비를 고무줄마냥 제멋대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20일 내놓은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의 한계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급여율이 높아졌지만 비급여 의료비 증가 폭이 더 커 보장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병원들이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는데, 이들이 멋대로 비용을 책정하는 탓에 총 진료비 중 환자 부담 몫이 갈수록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에 속하는 갑상선 초음파검사는 병원에 따라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의 차이가 5.9배, 수면내시경 관리행위는 5.6배에 이르는 등 가격 차가 상당했다. 보건복지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2010년부터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비를 책자 및 홈페이지에 고지토록 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의료소비자 비율이 15.8%에 불과한데다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5.4%로 극소수였다.
이처럼 실효성이 낮은데 대해 김대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필요한 진료행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데다,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아 고지제도로만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동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병원들의 진료비를 비교ㆍ검토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론 건강보험 급여 의료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대상을 비급여 의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병원 간 경쟁을 통해 진료비 하락을 유도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알 권리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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