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수장인 자승(58) 총무원장이 2009년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승려들의 밤샘 도박 파문에 이은 본인이 연루된 '룸살롱 성매수' 의혹이 제기돼 궁지에 몰렸던 자승 총무원장은 18일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종단 내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 상당수가 이 같은 수습 방안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내홍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자승 스님은 2009년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317명 중 290표(91.5%)를 얻으며 당선됐다. 특히 조계종 내 5대 계파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50대 '젊은' 총무원장에 대한 종단 안팎의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과거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정치권 개입 등을 주장하며 등을 돌리는 등 취임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이번 도박 파문은 전남 장성 백양사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다툼 과정에서 우연찮게 승려들의 도박ㆍ음주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찍히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자승 총무원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성호 스님이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하고 연루자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자승 총무원장을 직접 겨냥한 이판사판(理判事判)식 폭로전으로 비화했다.
게다가 총무원 호법부장 서리 정념 스님이 16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자승 총무원장이 2001년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밧드 룸살롱에 간 적은 있지만 성 매수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오히려 자승 총무원장의 룸살롱 출입 사실을 확인한 셈이 됐다. 룸살롱 사건은 자리를 함께했던 명진 스님의 고백 등으로 종단 내에서는 알려진 일이지만, 이번에 언론을 통해 일반 신도 및 국민들에게 공개되면서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총무원이 '추가 폭로'를 공언해온 성호 스님 관련 비리를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폭로전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교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지도급 승려의 이중 생활 추문' 등 추가 폭로설이 나돌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현재 파문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종단을 대표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진력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오전 8시에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교역 스님 30여명과 함께 108배 참회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18일에도 캄보디아 승왕(僧王) 텝봉 스님을 접견한 뒤에는 4층 총무원장실에서 두문불출했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으로는 추락한 종단 위상을 바로 세우는데 미흡하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 와중에 원로회의의 다수 스님들이 자승 총무원장이 주도하는 쇄신위 중심의 수습 방안을 사실상 비토하고 나섰다. 일부 원로의원들은 "부처님오신날(28일) 직후 원로회의를 소집해 자승 총무원장을 제외하고 종단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종단 큰 어른인 원로의원들이 자승 총무원장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평소 원로의원들은 총무원 종무행정에는 말을 삼갈 정도로 거리를 둬 왔다. 일부 경향 각지의 중진 스님들 사이에서는 '승려대회 개최' 등 비상수단을 통한 종단정화를 하자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조계사 옆 우정국공원에서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과 부산, 대구, 전주, 순천 등지에서 온 60여명의 불자들이 가부좌한 채 24시간 단식 정진을 할 예정이다. 부처님오신날 코앞에 터진 도박 추문 등을 참회하는 뜻에서다. 자승 총무원장이 어떤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책으로 위기를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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