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이 승려 도박 파문과 관련한 자승 총무원장 주도의 수습 방안에 반발하고 나서 조계종이 새로운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원로회의 의원 24명 중 13명의 스님들이 17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 관음사에서 비공개리에 회동해 종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승단 범계(梵戒)쇄신위원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비토'의 뜻을 모았다고 18일 복수의 조계종 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16일 자승 총무원장은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 중앙종회 의장 보선 스님 등과 충북 청주 보살사에서 긴급 회동해 종단 개혁을 위한 범계쇄신위를 구성키로 합의했으며, 18일 오후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원로회의가 이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수습되어 가는 듯했던 도박 파문 및 막장 폭로전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원로회의는 중앙종회 해산권, 총무원장 인준권,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의결에 대한 인준권 등 총무원장과 중앙종회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종단 내 최고의결기구다.
17일 회동은 원래 새로 원로의원에 오른 세민 정련 지성 스님을 환영하는 오찬모임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종단 현안이 논의되면서 이 같이 의견이 모였다. 회동에 참석한 원로의원은 도문 원명 혜승 현해 법흥 종하 월탄 고우 인환 정관 세민 정련 지성 스님 등이다.
한 원로의원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로 비상상황인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가 주도하는) 범계쇄신위에 불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른 원로의원 스님도 "1994년 종단개혁과 98년 종단분규는 종권(宗權)다툼과 관련됐지만 이번에 불거진 밤샘 도박 사건은 종권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 원로의원들은 18일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을 찾아 부처님오신날(28일) 직후 종단 개혁을 위한 원로회의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중진급 승려들도 "총무원 주도로는 현 상황을 개혁하기 어려운 만큼 승려대회 개최 등을 통해 종단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범계쇄신위 첫 회의에서는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위원장을 밀운 스님으로 정하는 등 모두 11명으로 위원회 구성을 확정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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