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살아있다면/찰스 더버 지음ㆍ강종석 옮김/책읽는수요일 발행ㆍ404쪽ㆍ1만5000원
자본주의가 골병 들었다는 건 모두 안다. 1998년 아시아에 이어 2008년 월스트리트, 그리고 지금 그리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유로존까지 전 세계는 거듭되는 금융 위기에 내파 중이다. 1%가 99%를 지배하는 지독한 불평등과 양극화, 치솟는 실업률과 고용 불안 등 병증은 한둘이 아니다. 파국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진보적 대중운동 단체들과 연대해온 미국 사회학자 찰스 더버(보스턴대 교수)는 마르크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마르크스가 살아 있다면> 은 마르크스의 유령을 만나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돼있다. 소련 붕괴 이후 인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마르크스만큼 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한 선생이 없으니 번지수가 틀리진 않았다. 마르크스가>
이 책은 (자본주의 외에) "대안은 없다"는 생각을 깨부수는 데 주력한다. 오늘날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 예컨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 위기와 불황, 대량 살상무기와 핵 등 죽음의 전쟁 체계,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 위기 등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를 분명히 드러내고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21세기 인류는 자본주의냐 생존이냐의 기로에 섰다고 확신한다.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탈자본주의든, 개선을 꾀하는 대안자본주의든 간에,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저자는 이를 '거대한 이행'이라고 부른다)이 이미 세계 도처에서 시작됐다며, 볼리비아 대통령 모랄레스의 생태사회주의 실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성공적 결합으로 안착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운동 등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동시에 이 거대한 이행에서 퇴행적 좌파나 네오파시즘이 등장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막으려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제는 무겁지만 그리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쓴 책이라 읽기는 수월하다. 원서 제목은 '마르크스의 유령(Marx's Ghost)'이고 2011년 나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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