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림이 되다/가브리엘레 툴러 지음·박광자 옮김/예경 발행ㆍ172쪽ㆍ1만7000원
그림 속 여성은 여신 혹은 팜므파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정된 역할에도 여성이 화폭을 장악하는 건 그 같이 자극적인 묘사 때문이다. 반면 남성은 어떤가. 여성 몸의 음탕한 감상자, 용맹한 전사 혹은 탐욕스런 수전노, 화가의 자화상 정도다. 사실 그 기억조차 희미하고 밋밋하다. 수많은 '아담과 이브'가 남았지만 뇌리에 각인된 모습은 백옥 같은 피부와 육감적인 몸매의 이브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오스트리아 작가 가브리엘레 툴러가 쓴 <남자, 그림이 되다> 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던 그림 속 남성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근육질 누드를 드러낸 에로틱한 남성에서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남성, 다정한 연인과 노동자,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역사적으로 기록된 영웅들까지 6개 테마로 나눠 다양한 남성들의 모습을 살핀다. 남자,>
그림 속 남성은 대체로 무뚝뚝한 얼굴에 경직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표정에서 미묘한 상황을 유추하는 재미는 없지만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그림 속 남성을 찾아내고 발랄한 필치로 풀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독특하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섬세하고 유혹적인 누드화에선 양성성을 발견하고,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남성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에서는 빌딩에서 쏟아지는 직장인들과 현대사회의 익명성을 발견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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