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불길이 스페인 등 다른 남유럽 국가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방화벽은 충분하다”는 유럽 당국자들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 시장 불안감은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리스의 다음 순서로 지목되는 스페인은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이 대폭 강등되고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조짐까지 나타났다. *관련기사 4ㆍ12면
유로존 사태 악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패닉(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1% 넘게 빠진 데 이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2~3%대 급락했다. 특히 우리 증시는 코스피 1,800선마저 힘 없이 무너지며 바닥을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스페인 4위 은행 방키아의 예금이 지난 1주일 동안 10억유로(1조5,000억원 가량) 넘게 빠져나갔다. 그리스에 이어 우려했던 뱅크런 도미노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즉각 “뱅크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를 포함한 1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3단계 무더기 강등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채 가격 폭락세도 주변국으로 전염되고 있다. 그리스 국채 금리(10년물)는 무려 30%에 육박(29.112%)했고, 스페인 국채 금리도 장중 6.34%까지 치솟으며 마지노선이라는 7%를 눈앞에 뒀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6%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금융시장도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코스피지수는 1,900선 붕괴 나흘 만에 다시 1,800선까지 내줬다. 작년 12월 19일 이후 5개월 만의 최저치. 하룻새 37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4,200억원 넘는 주식을 내다 팔며 13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더 큰 낙폭(4.15%)을 기록하며 450 밑(448.68)으로 추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9.9원 폭등(1,172.8원)하며 1,170원 벽까지 뚫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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