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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팔아주는데 싸구려 대우라니…" 백화점 화장품 매장 근무 200명 나와 거리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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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팔아주는데 싸구려 대우라니…" 백화점 화장품 매장 근무 200명 나와 거리 시위

입력
2012.05.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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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화려하죠. 남들은 '명품 화장품 회사 다니니 부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루 13시간 동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근무하면서, 화장품 값과 별 차이 없는 월급을 받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17일 오전 강남대로 한복판. 전국 140개 백화점 명품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200여 명이 붉은 조끼에 우비를 입고 논현동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퍼퓸앤코스메틱'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회사는 크리스찬디올, 겔랑, 메이크업포에버 등 백화점 유명 화장품을 수입ㆍ판매한다.

"보통 백화점 1층에 있는 명품 화장품은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고 관심을 갖는 대상이에요. 그래서 백화점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명품 화장품을 파는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정반대죠."

서울 한 백화점 크리스찬디올 매장에서 7년 동안 근무한 김모(28)씨는 기본급 110만원을 받는다. 식비로 20만원, 세탁비로 1만~2만원을 받고 올해부터 7만원의 감정노동 수당을 받지만 그게 전부다. 명품 화장품이 잘 나가던 2010년까지만 해도 성과급으로 지금보다 30만원쯤 더 받았다. 하지만 국산 브랜드에 밀려 매출이 급락하고 백화점, 명품 아울렛 등이 곳곳에 생기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성과급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김씨는 "직원 7명인 매장의 한 달 판매 목표가 2억5,000만원인데 지난달엔 70%도 못 채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본급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날 집회를 지원 나온 에스티로더 매장 직원 정모(39)씨는 "이쪽(해외 명품)이 원래 성과급에 의존해 생활해 '실적이 인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요즘처럼 불황일 때는 성과급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겔랑 매장에서 일하는 윤모(34)씨는 "겔랑 41개 매장 중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5개에 불과해 성과급을 받아 생활이 유지되는 사람은 1%나 될까 말까 한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근무 환경이 나은 것도 아니다. 여느 백화점 매장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백화점 눈치를 보다 보면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있다. 윤씨는 "백화점에서 연장 근무를 결정하면 퇴근이 늦어지고 휴일 근무를 결정하면 휴일이 없어 진다"며 "백화점에 밉보이면 회사에 경고를 하기 때문에 백화점 직원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VIP 고객을 상대하느라 감정 피로가 크다. 윤씨는 "고객을 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 결혼한 직원 중엔 유산 경험이 유독 많다. 얼마 전 동료 직원도 임신한 상태에서 쉬는 날 없이 근무하다 유산을 했다"고 말했다.

전하영(38) LVMH 퍼퓸&코스메틱 노조위원장은 "개별 연봉 계약으로 인해 연차가 높은 직원이 오히려 기본급을 적게 받는 급여 구조를 바꾸고, 6% 정도 임금을 인상할 것, 성과급도 기본급의 100%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 화장품 시장 성장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실적과 관계 없이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은 무리"라며 "회사가 영업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고정적으로 성과급을 보장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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