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등 4명이 중국 당국에 구금돼 51일째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국가안전위해죄' 혐의이며, 조사기관은 우리 국정원 격인 국가안전부 산하 국가안전청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함구로 일관하는 탓에 그 이상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김씨에 대해 한 차례 현지 영사 면담을 허용했을 뿐 추가 영사 면담과 변호사 면담 신청을 거부했다.
1980년대 대학가 주사파 핵심이론가로 활동했던 김씨는 1991년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방북 당시 북한의 실상을 목격한 뒤부터 주체사상 맹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전향해 중국을 오가며 북한의 인권 및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번에도 현지에서 탈북자 지원이나 북한 인권ㆍ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일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를 중국 당국이 자국의 국가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니 선뜻 이해가 안 된다.
김씨 일행이 정부에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조사 받는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지 않는 점도 석연치 않다. 김씨와 함께 구금된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씨 등 3명은 영사 면접권을 포기한다는 자필 각서까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재길씨는 무소속 유성엽(전북 정읍) 의원의 동생이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모종의 압력을 받은 탓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의 판단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중국 당국은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을 장기간 구금 조사하면서 자세한 설명 없이 영사 면담을 제한하고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빈 협약 등 국제규범에 어긋난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다. 이번 사안이 한중간 첨예한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이겠지만 국민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씨 등이 조사과정에서 인권유린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조기 석방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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