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띠잖습니까. 이런 도심 한복판에도 인문학의 씨앗이 자랄 여지가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50대 건축가가 도심에 ‘인문학 사랑방’을 열었다. 지난해 9월 대전 유성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아트앤유니온’이라는 공간을 마련한 김억중(57)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가 사랑방 주인이다.
그는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문학을 통해 건축을 배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트앤유니온’은 ‘예술’을 공유하면서 ‘화합’을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학문과 예술을 교류했던 조선시대 사랑방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요.”
김 교수는 “단순한 사교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고민하면서 사고의 폭을 키워냈던 인문학적 공간을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방은 99㎡ 규모로 작은 편이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교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최적의 공간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속이 꽉 찬 강의 내용으로 수강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트앤유니온’은 매주 화, 수요일에 문학, 철학, 미술, 건축,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연극연출가 박장렬, 피아니스트 임동창 등 유명 인사들이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매회 수강 인원을 채울 만큼 반응이 좋다. 수강생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가 지방 도시에선 보기 힘든 ‘인문학 교실’을 설치할 수 있었던 배경엔 남다른 ‘인문학 내공’이 자리한다. 그는 건축학자론 드물게 인문학 서적을 여러 권 냈다. 이 때문에 ‘인문학자 같은 건축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인문학에 빠진 이유가 궁금했다. “‘좋은 집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 수도 없이 던졌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좋아야 좋은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좋은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몰두하게 된 거고요. 인문학이 집을 짓는 설계도였던 셈이죠.”
김 교수는 “인문학 사랑방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교감하면서 각자 인생의 설계도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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