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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버려진 그녀, 파리의 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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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버려진 그녀, 파리의 꽃이 되다

입력
2012.05.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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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입양된 한국계 30대 여성이 프랑스 장관이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플뢰르 펠르랭(39ㆍ한국명 김종숙)을 중소기업ㆍ디지털경제장관으로 임명했다. 한국계가 한 나라의 장관이 된 것은 처음이다.

출생은 불운했다. 그는 1973년 8월 29일 태어나자마자 서울의 거리에 버려져 고아원에 잠시 머물다가 입양됐다. 아버지는 핵물리학자 출신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새 부모는 그를 꽃(플뢰르)이라 부르며 헌신적으로 양육했다. 펠르랭은 블로그에 '자유롭고 좌파적 성향의 부모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남보다 2년 앞서 16세에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엘리트 양성기관 그랑제콜 경영대학(ESSEC), 파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ENA)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에는 감사원에 취직, 7년여간 재정분야 관료로 일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캠프에서 연설문을 작성하면서부터다. 2007년 사회당 최초의 여성 후보 세골렌 루아얄의 대선캠프에 이어 이번에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대선캠프에 합류해 디지털경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일간 르몽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뛰어난 정치인'으로, 그를 차기 유력 정치인 7명에 포함시킨 르 피가로는 '가장 날카로운 인물'이라고 각각 펠르랭을 평가했다.

펠르랭은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의 정보기술(IT)에는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입양 이후 한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지만, 여권 등에 종숙이라는 이름을 함께 기재한다. 그는 "출생 때문에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은 없다"면서도 "한국에는 입양아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펠르랭은 공무원인 남편 로랑 올레옹과 여덟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각료 34명 가운데 절반을 여성에 할당해 프랑스 최초의 남녀평등 내각을 구성했다. 여성 장관 중 최고위직인 법무장관에는 기아나 출신의 흑인 크리스티안 토비라(60)가 발탁됐다. 토비라는 2001년 노예제도를 반인류범죄로 규정하는 프랑스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2002년에는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프랑스 최초의 흑인 대선 후보로 기록됐다.

국토주택장관에는 세실 뒤플로 녹색당 대표가, 여성권익장관 겸 정부 대변인에는 나자트 발로 벨카셈이, 사회복지장관에는 마리솔 투랭이 각각 임명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정치인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당수는 입각하지 않았다. 일간 가디언은 "젊고 혁신적이며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이들이 기용됐다"고 새 내각을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과 각료들은 17일 "모범을 보이자"며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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