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고발로 시작한 조계종 승려들의 추문과 폭로, 상호 비방과 변명이 점입가경이다. 10년 전 명진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 출입했고, 여종업원을 성 매수했다는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주장까지 마침내 나왔다. 조계종 측은 즉각 성 매수 사실을 부인하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룸살롱 출입은 시인했다. 음주와 성 매수 여부를 떠나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세속의 쾌락을 멀리해야 할 종단의 지도급 인사들이 그런 곳에 발걸음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상대에 대한 공격도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도박을 폭로한 성호스님(정한영)의 종단과 총무원장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비방에는 내부고발자로서 고뇌는 찾아보기 힘들다. 총무원 대응도 마찬가지다. 성폭행, 횡령 등 그의 과거 행적과 승적 박탈 등을 들추면서 이번 고발을 승가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로 몰면서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사부대중을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이번에 드러난 승려들의 비행에 대한 종단 측의 인식이다. 총무원 호법부장에 새로 임명된 정념 스님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승려들의 도박을 "치매예방에 좋은 내기문화 겸 심심풀이"라고 변명했다. 불교 정진만 하다가는 자칫 치매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 도박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어이가 없다. 종단과 승려사회에 부적절하고 파계적인 향락문화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5일부터 자승 총무원장이 100일 참회정진에 들어갔고, 총무원은 계파해체를 선언하면서 부·실장을 물갈이 했다. 스님들의 계율정신을 회복을 위한 특별기구인 '승단 범계(梵戒) 쇄신위원회'까지 오늘 출범한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변화만으로 도덕적 무감각에 빠진 불교계가 얼마나 정화될지 미지수다. 계파 이익에 집착한 종단의 운영과 건전한 견제세력의 부재가 가져온 오랜 타성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라도 부적절한 처신의 당사자인 총무원장은 물론 종단 전체가 진정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의 결단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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