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최강희 감독의 이중 잣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최강희 감독의 이중 잣대

입력
2012.05.17 11:32
0 0

국내 축구계가 브라질 출신 에닝요(전북)의 특별 귀화 추진 논란과 박주영(아스널)의 병역 기피 의혹으로 시끄럽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내달 9일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 에닝요를 출전시키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이 내세우는 명분은 대표팀의 경기력 강화다. 하지만 여론이나 국민정서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데다 '왜 에닝요여야 하느냐'는 적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하필 전 소속팀이었던 전북의 에닝요냐는 이의 제기에 "사심이 있다면 언제라도 옷을 벗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최 감독의 진심을 떠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최 감독은 지난 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면서 스스로 "최종예선까지만 맡겠다. 본선은 명망 있는 외국인 지도자가 맡았으면 좋겠다"며 시한부 감독을 자처한 상태다. 당시 최 감독은 아시아 최종 예선 통과에 자신감을 나타낸데다 주변에서는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전북 감독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본선까지 책임질 감독도 아니면서 최대 최종 예선 8경기를 위해 '에닝요 귀화' 카드를 뜬금없이 들고 나온 것이다. 국내 선수 자원 중에도 국내외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에닝요는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단지 월드컵 최종 예선 만을 위해 덜컥 특별귀화를 시켜놓으면 뒷감당을 누가 하라는 말인가.

본선 진출 티켓 4.5장(2개조 10개국)이 걸려 있는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이란 카타르 레바논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전력상 대표팀이 뒤질 만 것이 없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임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최 감독은 전북 감독으로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면서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클럽팀을 운영하는 데는 '닥공 스타일'이 통할 지 모르지만 대표팀은 다르다. 태극마크라는 상징성이 있고 명분도 있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개최국 체면이 걸려 있었지만 귀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절차에도 문제가 많다. 정황을 보면 물밑에서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하다 대한체육회가 거부하자 일부 언론에 흘려 여론몰이를 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종 예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여론도 등을 돌렸는데 축구협회는 기어이 체육회에 재심까지 요청한 상태다.

에닝요의 귀화 논란과 관련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명언을 남겼다. 최 감독은 "축구판에선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정서법이다. 팬들이 있기에 축구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우리 정서상 병역기피, 도박 등에 관해 관대할 국민은 많지 않다. 모 연예인도 병역 기피 논란으로 퇴출되기도 했다. 공인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는 더욱 그렇다. 팬들이 용납하지 않는 한 아무리 법적으로 귀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최 감독은 누구보다 국민정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병역 기피는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박주영을 대표팀에 발탁하기 위해 축구협회를 통해 해명 기자회견을 주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멍석을 깔아준 협회와 최감독의 배려를 무시했고, 국민정서를 감안한 최 감독은 17일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경기력 강화 측면 만을 놓고 보면 박주영은 반드시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다. 박주영이 지금까지 매스미디어와 친화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명단 발표를 코 앞에 두고 주선된 기자회견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최 감독이 강단을 발휘해 박주영을 선발하고 자연스럽게 그라운드에서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 무리하게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