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울게 할 생각은 아니야.
아무 뜻 없지만 그렇다고 내 말이 네가
내 몸을 한 껍질씩 벗겨내는 걸 막지는 못했지.
식탁이 껍질로, 잘려진 살로, 네가 추구한 것들의 모든 잔해로
가득 차면 네 눈을 흐리게 하는 눈물.
가련한 미혹된 인간, 넌 내 가슴을 찾는다.
원하는 모든 걸 찾아봐. 내 껍질 아래에는 또 다른
껍질이 있다. 난 순수한 양파―안과 밖, 표면과
비밀스런 책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결합.
널 봐, 자르고 우는. 바보.
너의 마음, 멈추지
않는 칼, 진실에 대한 네 환상이
닦아세우는―사물들을 한 껍질씩 베어내
버리는, 진보의 네 유일한 표식들을 망치고 파괴하는,
이게 네가 사는 방식이야? 그만하면 충분해.
세상을 베일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걸 슬퍼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볼 수 있겠어?
어떻게 네 눈의 베일을 찢어낼 수 있겠어, 너
자신이 베일인 것을, 사물의 핵심을 파악하기를
원하는 너, 의미가 놓여 있는 곳을 알고파 안달하는
너, 손에 쥐고 있는 걸 먹어봐. 양파 주스,
노란 껍질들, 나의 똑 쏘는 조각들, 조각난 건
너야, 네가 무엇을 사랑하려고 했든 그건 의미 속에서
너 자신으로 변해. 넌 네가 아니야.
네 영혼은 새로운 욕망의 칼날에 매순간 베여,
버려진 껍질들로 덥인 땅바닥.
그리고 너의 가장 깊은 속에, 뭐라고? 하나가
아닌 핵심. 가련한 것, 넌 마음이 갈라져 있어,
방들과 피와 사랑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언젠가는 널 때려죽일 마음.
시에서 '진실을 보여줘'하며 보채는 떼쟁이 연인의 모습을 봅니다. 사랑의 마음을 너와 나의 마음으로 금 긋고, 너의 마음을 또 진실한 마음과 진실하지 않은 마음으로 금 긋고. 순간을, 감정을, 기억을 면도칼로 긋고 잘게 썰면서 당신의 본심은, 우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눈물을 쏟아냅니다. 매번 나와 상대의 영혼을 들들 볶으면서요. 가련한 건 그대가 아니라 끝없이 갈라지는 내 마음. 그런데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은 뜻밖에도 『분단 국가의 기록』. 유희석 평론가는 남과 북의 분단을 심화시키는 역사적 금 긋기에 대한 시라고 분석했네요. "피와 사랑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금 긋는 마음. 그렇다면 남과 북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가련한 연인들인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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