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답은 긴축이다.” “아니다. 긴축은 오히려 자살행위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놓고 ‘긴축 대 성장’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적절한 구조조정과 경제성장을 병행하는 것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각국 선거에서 민심이반이 속출하는가 하면, 이제 경제학자들까지 나서 긴축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형국이다. 결국 논쟁은 ‘유연한 긴축노선’ 쯤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존 국가들은 이미 긴축을 공통의 재정위기 해법으로 선택한 상태. 작년 3월 신 재정협약을 체결한 이후 각국에서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신 재정협약은 ▦각국이 매년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0.5%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도 GDP의 60% 상한선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 이를 어길 경우 매년 벌금과 강제축소 등 벌칙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에 많이 미달하는 나라일수록 그만큼 가혹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하다는 것. 당연히 각종 혜택 축소와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재정적자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 이어 올해 목표치까지 다시 완화했다. 프랑스는 긴축정책에 반발한 민심이 정권까지 갈아치웠고, 그리스 역시 긴축을 추진하던 정당들이 연정 구성에 실패한 상태다. 네덜란드에선 긴축안 협상 결렬로 총리가 물러났고, 긴축정책을 주도 중인 독일에서도 집권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정도로 반발 여론이 거세다. 현재 신 재정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3곳에 불과해 내년 1월 발효조차 불투명하다.
이 같은 반발에는 당장 피부로 와 닿는 불편함은 물론, ‘과연 긴축이 정답이냐’는 의구심도 한몫 하고 있다. 긴축 반대론의 선봉에는 미국의 유명 학자들이 나섰다.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긴축정책이 오히려 사태의 원인인 부채를 더 증가시킬 것”이라며 “단기적인 성장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08년 이전까지 스페인, 아일랜드의 재정적자가 독일보다 적었을 정도로 재정악화는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며 ▦요즘처럼 소비가 저조하고 금리가 낮을 때 긴축을 강행하면 오히려 저성장으로 줄어드는 재정규모가 훨씬 크다는 논리를 편다. 결국 ‘경기 침체→실업률 증가→소비 둔화→성장률 하락→세수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독일과 유럽중앙은행 등 이번 긴축정책의 지도부는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리스 위기가 본격화한 건 2009년 총선 후 정부가 기존 재정개혁 목표를 완화한 것이 결정적이었고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프랑스와 그리스 선거 후 기존 정책이 불확실해진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긴축이 단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할 수는 있지만 부채를 줄인 만큼 이자율을 낮춰 결국 성장률을 높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근 유럽의 재정건전화 논쟁 추이와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긴축정책의 강도가 나라마다 차별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중범 거시협력과장은 “6월 G20 정상회의에서도 성장 대 긴축 논쟁이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과 긴축의 균형론’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남유럽 국가 중심의 긴축 ▦각종 기금을 통한 부양기금 지원 등의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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