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우려로 다시 불거진 유럽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자 정부가 부랴부랴 비상대책 점검에 나섰다. 다행히 국내 금융시장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ㆍ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우리 경제가 외풍을 견딜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신 차관은 “단기 외화차입 및 중장기 조달 여건이 양호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여유자금도 풍부하다”고 진단했다. 국내은행 가산금리 등 관련 지표도 지난해 10월 위기 당시보다 낫고, 우리나라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달에만 3조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주식시장과 1,160원 수준으로 급등한 원ㆍ달러 환율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럽 위기가 단시일 내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언제든 시장을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비책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의 자금동향을 자세히 살피면서 엄격한 외환 관리를 통해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금융시장 안정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이날 국내 증시는 단기급락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소폭 반등했다. 12일 만에 매수세로 전환하는 듯했던 외국인이 막판에 주식을 팔아 치운 게 아쉬운 대목이다. 코스피지수는 4.71포인트(0.26%) 오른 1,845.24에, 코스닥지수는 3.12포인트(0.67%) 오른 468.13에 마쳤다. 삼성전자는 상승 반전을 시도했지만 결국 7,000원(0.57%) 빠진 122만3,000원을 기록했다. 간밤 유럽과 미국 증시는 1% 미만의 소폭 하락에 그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86%, 대만 가권지수는 1.6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39% 올랐다. 원ㆍ달러 환율은 2.8원 내린 1,162.9원을 기록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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