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이 부족해 고민하던 여대생 A씨는 전단광고를 보고 사채업자 조모(54)씨에게서 200만원을 빌렸다. 금리가 연 120%나 됐지만, 큰 액수가 아니어서 곧 갚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A씨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했고, 연체 이자를 원금에 가산해 재대출하는 이른바 '꺾기 수법'에 걸려 금새 이자가 원금의 10배를 넘어섰다. 결국 상환불능 상태가 되자 조씨는 흑심을 드러냈다. A씨를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넘기고 유흥업소에서 원금과 이자를 받아낸 것이다. 조씨는 이런 수법으로 번 이자수입 31억원을 친인척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영세민 B씨는 사채업자 최모(59)씨에게 2,000만원을 연리 120%로 빌렸다. B씨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최씨는 담보로 잡은 전세보증금을 빼앗았다. 가족과 함께 졸지에 길거리로 쫓겨난 B씨는 자책감에 자살을 선택했다. 최씨에게 옷 가게 운영자금 1,000만원을 빌렸다가 연체한 C씨는 상가보증금을 강제로 빼앗긴 뒤 일용노동자로 전락했다. 최씨는 이렇게 번 33억원의 이자수입을 빼돌려 고급주택에서 외제차를 굴리며 상류층 생활을 해왔다. 국세청은 조씨와 최씨에게 각각 15억원, 16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 명동에서 활동하는 등록대부업자 김모(45)씨는 전주 50여명에게서 수백억원을 끌어 모은 뒤 자금난에 처한 상장기업을 돈벌이에 활용했다. 그는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상장법인 대주주에게 주식을 담보로 선이자 5%, 연리 120%로 돈을 빌려주고 연체하면 주가조작을 통해 돈을 벌었다. 또 다른 상장기업을 인수한 후에는 회사자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런 93억원을 탈루한 김씨에게 42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17일 국세청이 발표한 악덕사채업자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 자영업자, 상장기업까지 최고 연 360%의 고금리를 챙기는 사채업자의 검은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현재 법정최고 이자율은 등록대부업자 연 39%, 미등록 연 30%다.
국세청은 이날 서울 수송동 본청에서 '전국 민생침해담당 조사국장 및 관서장 회의'를 열고 탈세 혐의가 드러난 대부업자 123명에 대해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악덕 사채업자 253명에게 탈루세금 1,597억원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방청과 세무서의 세원정보팀을 총동원해 서민들과 영세기업에 고통을 주는 악덕 대부업자의 반사회적 폭리 행위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