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점심을 냈다. 메뉴는 워싱턴의 가게에서 직접 사온 길다란 호기 샌드위치. 63달러어치 샌드위치를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5명이 나눠 먹는 모습이 정겨울 법도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대화는 국가부채상한 협상에 이르자 날이 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가 경제를 볼모로 부채상한협상에 논란을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베이너 의장이 "내가 있는 한 재정적자를 상당액 감축하지 않고는 증액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베이너 의장은 "채무한도 증액과 정부지출 축소 규모는 1달러까지 동일해야 한다"며 이번 여름에 협상을 시작하자고 통첩해둔 상태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과 같은 채무상한 증액 협상을 재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카니 대변인은 "한 정당이 정치 이념을 위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국가부채 상한증액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백악관과 공화당은 두달 동안 대치하며 미국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몰고 갔다. 당시 합의 과정에서 양측은 추가협상을 하되 합의에 실패하면 2013년부터 10년 동안 국방비 6,000억달러를 포함해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을 삭감키로 했다.
베이너 의장은 추가협상 시기를 선거가 한창인 여름에 시작하자며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국가부채는 15조6,000억달러 수준이라 상한선까지 8,000억달러 정도 여유가 있다. 백악관으로선 11월 대선까지 추가협상 문제로 공화당에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 1차 협상 때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 초반으로 급락한 것도 선거기간 중 협상을 주저케 하는 요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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