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 대표이사(경제대표) 선출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차 공모 때 정부지원을 받던 퇴직 고위관료가 탈락한 데 이어 단수 추천된 후보는 총회에서 탈락하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그런데 정부가 밀던 1차 공모 탈락자가 재도전에 나서 또 한번의 분란을 예고하고 있다.
16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경제대표 재공모에 임광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장, 박종국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장, 김영태 수협중앙회 전 상임이사, 김홍철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대표이사, 임채열 전 마산수협 조합장 등 5명이 응모했다. 수협중앙회는 17, 18일 재공모 응모자 심사 뒤 21일 인사추천위에서 추천후보를 결정하고 23일 임시총회에서 새 경제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1차 공모 파행의 주역 중 한 명인 임 전 실장이 재응모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농식품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임 전 실장은 1차 공모에서 5명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신 박규석 당시 경제대표가 단수 추천돼 인준안이 임시총회에 부쳐졌다.
이때부터 공모절차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농식품부가 이 미묘한 시기에 수협중앙회에 대한 추가감사에 착수한 것. 동시에 수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을 통해 박 대표가 선출되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 회장도 수협 조합장들에게 "박 대표를 찍지 말라"고 막후 운동을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대표는 "인사추천위 결정 이후 정부가 수협에 추가 감사를 통해 압력을 넣었고 중립적 입장이던 이 회장이 조합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결운동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달 13일 박 대표에 대한 인준 총회에서 일선 수협 조합장들은 반대 49, 찬성 42로 재선임안을 부결시켰다.
박 대표는 총회결과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이종구 회장이 직접 나서 부결운동을 진두지휘한데다 정부 관계자들까지 가세해 조직적인 방해공작을 벌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2일에는 "4월 총회 투표에 불법ㆍ부정 의혹이 있다"며 서울동부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23일로 예정된 경제대표 선출 총회에 대해서도 총회금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이후 일선 수협 조합장 3, 4명이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박 대표 자신도 조합장 3명과 대질심문을 하는 등 총회 부정 투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새 경제대표가 되더라도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선책으로 일단 박종규 센터장을 경제대표에 선임되도록 하고 박 센터장 자리에 임 전 실장을 임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퇴직 고위관료에게 자리 하나 만들어 줄려다 볼썽사나운 꼴을 자초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사안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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