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와 함께 중국에서 함께 활동하다 체포된 유재길(44), 강신삼(42), 이상용(32)씨가 중국 정부를 통해 한국 총영사관에 전달한 영사면접권 포기 각서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일 팩스를 통해 이들 3명이 자필로 썼다는 영사면접권 포기 각서 3장을 주중 선양(瀋陽) 총영사관에 전달했다. 각서에는 이들이 한국 영사와 면담을 갖길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에 구금된 이들에 대한 면담은 물론 전화통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북 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의 영사면접권 포기 사실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들은 각서가 조작됐거나 중국 당국의 강요에 의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부터 북한 인권운동을 했던 유재길씨 등이 신변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영사면접권을 포기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절대 자발적 의사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황 상 대북 단체에서 이 같은 의문을 가질만한 부분도 있다. 무소속 유성엽 의원의 친동생인 유씨 등 3명이 영사면접권 포기각서를 작성한 날짜는 각각 3월31일과 4월1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짜로 보면 3월29일 중국에서 체포된 직후 포기 각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 측에게 각서를 전달한 것은 이로부터 한달 여가 지난 이달 3일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가 이들에 대한 영사 면접을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은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되풀이 하면서 거부해오다 최근 포기 각서를 내놓은 것이다. 각서의 진위나 강제성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물론 외국에서 체포된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 사실이 영사 면접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영사와 만나기를 회피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동안 중국 등을 오가며 꾸준히 탈북자 지원 활동 등을 해왔던 유씨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엔 어렵다. 더구나 각서에는 영사 면접을 거부하는 이유도 적혀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는 외교부 측에 중국이 전달한 영사면접권 포기 각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등을 통해 조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가족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공개를 주저하고 있다. 여기엔 자칫 이 문제가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긴 과정을 생각하면 각서 공개가 오히려 이들의 석방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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