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중의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가 17일 오전 (한국시간) 개막작 '문라이스 킹덤'(감독 웨스 앤더슨) 상영과 함께 65번째 막을 올렸다. 28일까지 12일간 펼쳐질 이번 영화제에선 한국영화 4편이 세계 영화인들과 만난다.
영화팬들의 눈길은 영화제의 꽃이라 할 경쟁 부문에 쏠려있다. 22편의 영화가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데,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포함돼 있다.
경쟁 부문 진출작의 면면은 올해도 쟁쟁하다. 22명의 감독 중 16명이 과거 경쟁 부문에 초대된 적이 있고 이중 11명은 수상 경험까지 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 오스트리아의 미카엘 하네케('아무르'), 헝가리의 크리스티앙 문주('비욘드 더 힐스'), 영국의 켄 로치('앤젤스 쉐어')는 황금종려상을 이미 안아 본 감독들이다. 특히 로치는 11번째로 칸 경쟁부문을 찾아 역대 최고기록을 갖게 됐다.
홍 감독은 세 번째, 임 감독은 두 번째로 칸 경쟁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 경력은 없다. 인지도에서 훨씬 앞서는 세계적 명장들과 버거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한 영화제 관계자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등을 포함해 총 8번 칸을 찾은 홍 감독의 수상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칸영화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에 두 편이 진출한 2004년('올드 보이'의 심사위원대상), 2007년('밀양'의 최우수여자배우상), 2010년('시'의 최우수각본상)에 모두 수상한 이색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젊은 피로 무장한 미국영화 5편이 대거 경쟁 부문에 초대된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감독 웨스 앤더슨과 리 다니엘스('더 페이퍼 보이'), 제프 니콜스('머드'), 호주 감독 앤드류 도미닉('킬링 뎀 소프틀리')과 존 힐코트('로리스')가 미국 자본을 등에 업고 처음으로 황금종려상 수상 도전에 나선다. 미국영화는 2007년에도 5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는데 조엘 코엔ㆍ에단 코엔 형제와 데이비드 핀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이었다. 무명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기는 등 이변을 종종 연출했던 칸이기에 신진 감독들의 수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와 달리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경쟁 부문에 한 편도 오르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여성단체와 여성 영화인들이 칸영화제가 성차별을 한다며 규탄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20편의 경쟁 진출작 중 4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었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완성도에 따라 작품을 선정했을 뿐"이라며 "영화제 기간 중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규탄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못 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한국 감독 영화로는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 외에도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이 주연한 중국영화 '위험한 관계'가 감독주간에서 상영된다. 신수원 감독의 중편 '서클'은 비평가주간을 찾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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