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간 세계 경제가 침체와 위기를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선진 각국과 많은 나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녹색성장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풍력, 조력, 태양광, 바이오, 지열 등 각종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고갈 가능성을 고려하면 녹색성장의 중요성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이고 세계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에너지 사용 효율화 노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현재 2%대에 머물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2030년까지 11%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올해부터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시작된다.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가 경제성을 충분히 갖추기 이전에는 전통적인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녹색성장 효과가 훨씬 크다.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을 구성하는 두 단어 중 하나인 '성장'을 고려해 볼 때 전통적인 에너지의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은 성장과 직결된다.
에너지에서 석유, 가스,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이러한 상태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석유, 가스, 전기의 사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단기적으로도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이다. 전통적인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원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가격이 원가에 비해 높거나 낮으면 에너지 사용이 과도하게 적거나 커지게 되고, 이는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증가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석유가격은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가스와 전기의 가격은 정부가 결정한다. 가스와 전기 요금은 원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고, 그 결과 엄청난 과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격이 원가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그 차이를 소비량과 곱한만큼 국민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과소비는 또한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의 현저한 증가를 유발한다. 따라서 현재의 요금정책은 '녹색'과 '성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에 대한 왜곡된 가격의 폐해는 이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가격 정책을 쓰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최근에 이어진 고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에너지 가격 현실화는 정부도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유가 시대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에너지가격의 현실화 없이 말로만 외치는 녹색성장은 공허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유도하고 녹색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원가를 무시한 에너지 가격 정책은 과거 구공산권 국가들의 전유물이었고 그 결과는 경제의 파탄과 환경 오염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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