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내용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2008년 작성한 업무지휘체계 문건에 'VIP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라는 문구가 기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눈에 보더라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내용과 결과를 보고받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앞서 청와대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은 지난 3월 "커피숍에서 만난 정일환 기획총괄과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증거인멸 사안이) VIP에게 보고돼 민정수석실에서 특별관리에 나섰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이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을 자행한 조직을 만들도록 지시했는지, 사찰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민간인 사찰이 드러났던 2년 전 그런 범죄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는지 하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의 몸통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청와대측은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가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물론 사실여부를 규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설사 불법사찰 관여 정황이 드러난다 해도 조사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관여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마당에 수사대상에서 이 부분을 비켜갈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은 우선 당시 대통령실장을 조사해 진상을 최대한 밝혀야 한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이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후 단 한번도 사찰에 대한 분노든, 반성이든 언급이나 반응이 없었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뒷돈을 주고받는 그 간의 부정부패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범죄행위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통령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침묵만 지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밝혀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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