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인 강모(22)씨는 일자리가 절실했다. 지난해 부친이 사망한 뒤 어머니 혼자 벌어오는 생활비로는 고등학생인 동생 뒷바라지에도 돈이 모자란 터였다. 쌓여가는 등록금 학자금 대출 부담도 컸다.
그러다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술 마실 필요 없이 손님의 말동무가 돼 주면 월 300만~4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카페 아르바이생 모집 광고를 발견했다. 강씨가 면접을 보기 위해 찾아갔더니 술을 파는 바였다. 사장 김모(32)씨는 "나이트에서 남자를 데려와 매상을 올리면 비용의 40%를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강씨는 주저하다 "월 400만원 벌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손님을 해코지 하지도 않는다"는 김씨의 설득에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을 시작한 1월 17일. 강씨는 신모(24ㆍ여)씨와 함께 서울 금천구 한 나이트 클럽을 찾았다. 이들은 경기 일산에 사는 회사원 송모(36)씨에게 "집 근처에 가서 한 잔 더 하자"며 김씨가 운영하는 바로 유인, 양주 3병을 마시게 했다. 술 값은 자그마치 370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송씨 카드로는 230만원 밖에 결제가 안 됐다. 그러자 '선수'(남성을 유인하는 여성)를 관리하는 프리랜서 사장이 나타나 나머지 140만원을 내 놓으라며 송씨를 협박하고 폭행했다. 그는 날이 밝자 송씨를 앞세워 은행에서 나머지 돈을 인출하도록 했다.
강씨는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받기로 했던 돈도 뿌리치고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강씨는 결국 특수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크게 후회하며 조사 내내 눈물만 흘리더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6일 여대생, 주부 등을 고용, 수도권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남성을 자신이 운영하는 바로 데리고 오게 한 뒤 술에 취한 남성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항의하는 피해자를 폭행해 돈을 뜯은 혐의(특수강도 등)로 사장 강모(28)씨를 구속했다. 강씨 등 유인책 역할을 한 대학생 등 2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강씨 등은 2011년 4월부터 최근까지 56 차례에 걸쳐 5,300여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운영하는 바의 카드 매출만 5억원이 넘는 점으로 미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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