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끝내자마자 독일로 달려갔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어 교사 출신의 지독파(知獨派) 정치인을 총리에 지명했다. 유럽 위기 해결 과정에서 독일과 보조를 맞추고 동시에 독일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5일 프랑스 언론은 올랑드 대통령이 장마르크 에로(62ㆍ사진)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를 신임 총리에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에로는 서부 도시 낭트의 시장을 23년 동안 연임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의 보좌관을 했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국가원수 역할을 하고 총리가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일상적인 국정을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에 비해 총리의 권한이 강력하다.
에로는 1950년 공장 노동자 아들로 태어나 낭트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다. 86년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될 때까지 13년 동안 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쳤을 정도로 독일어에 능숙하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다른 사회당 거물 정치인들과 달리 출신이나 경력 모두에서 서민적 풍모를 지닌 그의 총리 지명을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통 대통령(올랑드)에 맞는 보통 총리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올랑드와 에로는 15년 동안 의사당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국정을 논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대선 기간 중 에로는 올랑드를 대신해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측근들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올랑드와 메르켈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사전정지 작업을 하는 중책을 수행했다.
에로는 자치단체장 경력이 35년에 달하고, 사회당 원내대표를 15년 연속 역임할 정도로 노련한 정치인이지만, 장관 경력이나 중앙정부에서 일한 적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97년 개인비리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점도 야당이 에로의 지명에 반감을 갖는 이유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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