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내홍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 계파(종책모임)의 해체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자승 총무원장이 또다시 계파 안배를 고려한 총무원 부ㆍ실장 인사를 단행 빈축을 사고 있다.
도박 사건 연루자인 토진, 의연 스님이 소속된 무차회가 해체 선언을 한 데 이어 보림회 수장 격인 한 스님도 15일 "조만간 보림회도 해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계파들도 14, 15일 회의를 열어 해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파정치를 이끌었던 화엄ㆍ법화ㆍ무량ㆍ무차ㆍ보림회 등 조계종 내 뿌리깊은 5개 계파가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이들 계파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조만간 계파 해체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움직임은 5대 계파별 보직 나눠먹기에 따른 계파간 갈등이 이번 도박 파문의 한 원인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모태인 무차회는 그간 천성산 터널 반대 운동, 광우병 촛불시위, 4대강 개발 반대 시국선언 등 사회문제에 적극 발언해왔는데, 이번 도박 파문으로 도덕적 치명상을 입어 더 이상 계파를 존속하기 어렵게 됐다.
5대 계파는 1994년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을 저지한 '1994년 종단 개혁' 직후 만들어졌다. 당초 건전한 종책(宗策) 개발에 뜻을 같이하는 스님들의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계파별 제 식구 챙기기 등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
특히 이들 5대 계파는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 '5대 계파 연합'을 통해 현 자승 총무원장을 옹립했다. 자승 스님은 자신이 속한 최대 계파인 화엄회ㆍ법화회를 비롯한 5대 계파의 몰표로 317표 가운데 290표를 얻어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과거 총무원장 득표율은 60% 수준이었다. 이후 자승 총무원장은 보은의 의미로 총무원 주요 보직을 계파별로 나눠주게 됐다. 예컨대 총무부장 보림회, 기획실장 화엄회, 사회부장 무량회, 재무부장 무차회, 호법부장 법화회 식이었다.
자승 총무원장이 전날 무당파인 지현 스님을 조계종 내 2인자 격인 총무부장에 임명해 새 바람을 기대했지만, 15일 후속인사에서는 기획실장 법미(화엄회), 사회부장 법광(무량회), 호법부장 서리 정념(법화회) 스님 등 계파별로 나눠줘 실망감을 주었다.
한 중앙종회 의원은 "조계종단의 부패를 양산하는 계파정치를 혁파하는 획기적인 인적 쇄신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종단 개혁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