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찾아 헤맨 어머니를 만나다니 꿈만 같아요.”
15일 오전 11시40분쯤 부산 금정구 동래 양로원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노모(45)씨는 치매로 10년 넘게 이름과 고향마저 잊은 채 떨어져 살아왔던 어머니 이모(70ㆍ여)씨가 눈 앞에 나타나자 참던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2000년 6월 대구 달서구 집에서 나온 뒤 길을 잃고 헤매다 부산 남구의 한 놀이터에서 발견됐다. 주민 신고로 관할 경찰서와 구청에서 찾아 나섰으나 치매로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이씨는 행려환자로 분류돼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신분 확인을 위한 유일한 방법인 지문감식 조차도 세월의 흔적에 흐려져 무용지물이었다. 보호시설 측에서는 2003년 이씨의 호적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씨를 찾아 헤맸던 가족들은 2000년 실종신고를 한 뒤 2008년 재차 실종 신고를 한 후 2011년 결국 이씨에 대해 사망 신고를 했다. 노씨 등 다섯 자녀는 결국 부모에 대한 죄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이씨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모성을 향한 자녀들의 그리움은 기적을 일궈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실종아동 등 관련 보호시설 일제 수색을 하던 중 해당 양로원에서 등록된 호적인 명부를 토대로 지문 감식을 재차 실시하다 이씨의 신원을 확인, 실종 신고와 대조해 이씨와 자녀들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좀처럼 되살리지 못했던 이씨는 아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흐려져 가던 흔적을 되살렸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