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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에닝요 특별귀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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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에닝요 특별귀화 논란

입력
2012.05.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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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출신 프로축구 선수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놓고 축구계가 요란스럽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전력 증강을 위해 에닝요 특별귀화를 추진하자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가 제동을 걸었다. "한국어 미숙 등 특별귀화 요건이 부적합하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종 결정권을 쥔 법무부가 양쪽 입장을 조율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어떤 결정이 나와도 후유증은 오래 갈 전망이다.

축구팬들도 찬반으로 뚜렷하게 갈린다. 일본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도 귀화 선수의 대표팀 발탁이 일반화돼 있고 전력에 보탬이 된다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특별귀화자는 이중국적이어서 태극마크에 대한 국민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한국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반대도 많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대 쪽이다. 그는 "갑자기 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선수들을 훈련시킬 여유가 부족한 최강희 감독이 친정팀 선수 기용으로 문제를 돌파하려 한다. 에닝요의 특별귀화와 그의 발탁은 대표팀 팀워크를 망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연권 경기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는 "이질적인 개인과 집단이 공존할 때 더 강력한 팀이 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단일민족주의의 순혈주의 신화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반대-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독단적·근시안적 귀화추진 철회해야… 대표팀 팀워크·세대교체에도 악영향"

에닝요를 귀화시켜야 하나. 난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다. 전북을 위한 귀화인가? 월드컵을 위한 귀화인가? 적법 절차 밟았나? 등 세 가지이다.

애초 대한축구협회는 라돈치치(수원)와 에닝요(전북)의 귀화를 추진했다.라돈치치는 대한체육회가 특별귀화 대상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라돈치치가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최종예선 4경기에 뛸 수 없자 귀화추천을 철회했고 에닝요만을 선택했다. 이 결과는 전북팀의 용병 쿼터를 계산한 특별귀화라는 비판의 불씨가 됐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축구협회의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와의 갈등으로 몰고 가는 업무 처리 방식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체육회가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에닝요의 포지션, 한국어 구사능력 등을 문제 삼아 추천을 거부하자 "체육회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는 축구협회 회장의 행보는 남아공 월드컵 때 16강의 전적을 앞세워 병역혜택을 주자고 생뚱맞은 주장을 한 것을 상기시킨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 때 무능함을 보였던 기술위원회의 태도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에닝요 사건에서 기술위는 아예 배제된 조직이었다. 과정과 절차라는 단어는 축구협회에 존재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조광래 전 감독은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공·수 전환의 속도를 배가시키고 속도의 도구인 패스의 질을 강조했다. 기술의 필요성과 생각의 대전환을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또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런 과정에 박지성, 이영표의 은퇴는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이는 일시적으로 대표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미래를 위한 쓴 약이었다. 박주영과 지동원, 기성용, 이청용을 제외하더라도 김보경, 남태희, 손홍민, 서정진, 조영철 등을 수시로 불러 대표팀에서 실험하고 자신감을 부여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에닝요는 31세의 적지 않은 나이이다. 에닝요를 대표팀에 합류시키면 공격 옵션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는 효과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큰 위협 요인과 예상되는 약점도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에닝요 특별귀화 추진의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표팀의 팀워크이다. 축구는 감독의 역할과 능력만큼,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팀워크가 과거와 달리 더욱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감독보다 선수의 능력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과 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전북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운용하는 현실적 문제와 직결되고 자칫 팀워크를 망칠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노출될 개연성은 매우 크다. 이동국과 에닝요의 카드가 동료 대표선수의 질시와 갈등, 불만의 불씨가 될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에닝요가 활동할 포지션에는 앞서 거론했던 신진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돼있고 이들에 대한 미래적 투자의 손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최 감독에게는 월드컵본선 티켓 확보 뒤 친정팀으로 금의환향하는 꿈이 있다. 조중연 회장에게는 다가오는 회장선거를 의식한 월드컵 본선티켓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3차 예선의 마지막 경기였던 쿠웨이트 경기는 이겼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불안했고 불만스러운 경기가 됐던 것은 분명하며 이로 인한 에닝요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미 전장(월드컵최종예선)을 준비하며 축구협회와 최 감독 스스로가 분별없는 선택을 하면서 오히려 한국축구와 대표팀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고 본다. 국민들과 팬들이 '한국축구는 바보'라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조 회장과 최 감독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감독 개인의 팀이 아니며 축구협회의 전유물 역시 아님을 이 사건을 통해 깨우쳐야 한다. 많은 국민들과 언론들이 '국민정서'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협회와 대표팀의 현명한 판단과 수습을 기대해 본다.

■ 찬성- 김연권 경기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인종·국적 벽에 갇혀있는 한국스포츠… 순혈주의 신화 깨고 공존번영 꾀해야"

대한축구협회의 에닝요 특별귀화 추진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거부 결정을 함으로써 생겨난 논란이 최강희 감독의 강력한 이의제기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해결의 칼자루를 쥔 법무부는 두 기관의 의견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눈치보다 숨어버린 축구협회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최 감독과 대한체육회와의 순조로운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논란은 한국의 스포츠계가 20세기의 사유의 틀 속에 여전히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국제스포츠계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선수들의 국적변경 추세는 하나의 유행으로 굳어졌다. 선수들의 국적 변경은 대체로 자기나라에서 대표선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뛰고 싶어서이거나 가난에서 벗어나 부를 얻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이미 양궁이나 쇼트트랙에서 한국의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이런 이유로 귀화를 단행한 바 있으며, 또 귀화 탁구선수 당예서는 태극 마크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특히 축구에서는 국적 이동의 물결이 더욱 거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실력 있는 선수들을 귀화시켜 국가대표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해 왔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브라질 출신의 라모스와 로페즈 등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한국에 쓴맛을 안기며 일본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 역시 전형적인 다인종ㆍ다문화 팀이었다. 당시 프랑스 극우 지도자인 르펜은 프랑스 대표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지만 대다수의 프랑스 국민은 이 다인종 국가대표팀을 열렬히 성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 축구계에서도 이미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K리그에 뛰고 있던 몇몇 선수들의 귀화를 통한 대표선수 발탁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축구계에서는 귀화선수가 국가대표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가대표팀 특유의 정체성과 팀워크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어서 귀화 선수의 대표팀 발탁 목소리는 수면 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논란도 2014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발 벗고 나서서 외국선수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또 이번에는 대한체육회가 제동을 걸었다. 거부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에닝요의 기량에 관한 것인데, 이는 대표팀 감독의 의견을 듣는 것이 타당하다. 나머지 이유는 에닝요가 아직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 외국인'이어서 특별귀화를 통한 이중 국적 부여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농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승준 역시 한국말이 매우 서툴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란 없이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획득했고 이후 가슴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그렇다면 에닝요와 이승준을 가르는 준거는 '순수 외국인'과 '반쪽 외국인'이라는 핏줄의 차이인가. 이는 대한체육회가 법적인 요건을 따지기 보다는 여전히 단일민족주의의 순혈주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오늘날 운동선수의 국적이동은 대체로 배타적인 나라보다는 관용적인 나라로 옮겨간다. <타이거 마더> 의 저자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 에서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관용의 정신을 강조한다. 여기서 관용이란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하도록 허용하는 자유를 말한다. 그런 자유를 허용하는 사회에는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레 들어오게 된다.

한국의 국가대표팀에 귀화선수나 혼혈선수가 토종 한국인 선수와 팀워크를 이루며 더욱 강한 팀으로 성장할 때, 한국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발전한다. 월드컵 응원에서도 더 큰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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