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모범생이던 JP모건 체이스가 파생상품에서 2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뒤 미국 정치권의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JP모건 비난 대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가세했고, 상원은 청문회를 열어 월가 개혁을 요구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JP모건이 가장 잘 관리되는 은행이고,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가장 똑똑한 은행가임에도 파생상품시장에서 20억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월가 개혁을 해 온 이유”라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월가가 금융개혁안을 연기하고 약화시키기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렸다”며 월가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의회의 분위기도 싸늘하다. 상원 은행위원회 팀 존슨(민주ㆍ사우스다코다) 위원장은 “JP모건 사태를 계기로 월가 개혁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금융규제 당국자를 참석시켜 수주일 내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밥 코커(공화ㆍ테네시) 상원의원은 “문제의 거래가 위험 회피였는지 투기 거래였는지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이날 수뇌부 교체를 단행했다. 이나 드루 최고투자책임자가 투자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후임에 매트 제임스 글로벌 채권 책임자가 임명됐다.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금융인으로 불리던 드루는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30년간의 JP모건 신화를 마감했다.
미 언론들은 금융권 개혁 반대의 선봉에 서 왔던 JP모건이 되레 월가 개혁을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관리의 교범’으로 불리던 JP모건이 어처구니 없는 투자 실수로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다.
1838년 설립된 JP모건은 회사 역사가 바로 미국 금융권의 역사라 할 만큼 월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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