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있는 한 민간어린이집에는 유령 교사들이 있었다. 이 곳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사 2명을 허위 등록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사에게 주는 처우 개선비, 정부 지원 보육료 중 월급 등으로 총 1,300만원을 챙겼다. 영양사에게 월 10만원만 주면서 회계서류에는 100만원씩 준 것으로 꾸며 2년간 2,000만원을 더 챙겼다. 경북의 민간어린이집(가정형) 원장도 아이들을 일찍 집에 보내고도 연장보육을 한 것처럼 꾸며 보육료 200만원을 더 받아냈다.
경북의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개인 차량에 넣은 휘발류값을 어린이집 차량운행에 사용한 것처럼 꾸며 운영비 1,200만원을 착복했다. 광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매월 2~3차례씩 어린이집 운영비로 고기를 사서 자신의 가족들이 먹었다. 그가 가정 식품비로 사용한 액수는 400만원에 이른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181개 어린이집 원장들은 특별활동업체와 결탁해 부모들에게 특별활동 비용을 실제보다 평균 70% 부풀려 지급하게 한 뒤, 업체로부터 차액을 차명계좌로 돌려받았다. 이렇게 무려 16억원을 챙겼다.
국민의 세금으로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보육료, 학부모들이 매월 허리를 졸라가며 어린이집에 내는 특별활동비기 이렇게 어린이집 원장의 배를 채우고 있었다.
14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39개 어린이집을 조사한 결과, 이중 30곳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무려 77%의 비율이다. 물론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심스러운 어린이집을 뽑아서 점검한 것이긴 하지만 부정 비율은 충격적일 정도다. 유형별로는 ▦교사 허위등록, 시간연장 보육료 허위청구 등 보조금 부정수급 ▦유통기간이 지난 식자재 보관, 급간식비 과소지출 등 급간식 부정 ▦어린이집 운영비의 개인용도 지출 등 회계 부정 ▦건강진단 미실시, 통학차량 미신고, 특별활동 기준위반 등 운영기준 부정 등이었다. 복지부는 이들 어린이집에 대해 보조금 환수, 운영정지ㆍ폐쇄, 원장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이날 서울 양천경찰서는 학부모들에게 특별활동비를 실제보다 70% 더 많이 내게 한 뒤 특별활동업체로부터 차액을 받아 챙겨온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 등으로 수도권 어린이집 181곳을 적발해 원장 등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 원장은 특별활동비를 1억원 넘게 챙기기도 했으며, 일부 지역의 원장들은 특별활동업체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 원장을 원장 모임에서 제외시키는 왕따(집단따돌림)를 해 부패에 가담하도록 압박했다.
특별활동업체는 어린이집에 강사를 보내 영어ㆍ예체능 등을 가르치며 비용은 온전히 부모 부담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에는 급식비, 인건비, 교재비만 포함될 뿐 특별활동비, 차량운행비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발된 181개 어린이집 중에는 보육서비스 향상을 위해 서울시가 공식 인증하고 일정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형어린이집도 94곳이나 포함돼 있다. 이들은 급식 식자재ㆍ우유 납품업체, 현장학습 차량 대여 업체로부터도 수량을 부풀려 대금을 지급한 뒤 초과분을 돌려받거나 뒷돈을 받았다. 또 9곳은 가공의 보육교사와 아동을 등록해 정부 보육료 지원금 8,00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총 500곳(이미 조사한 39곳 포함)의 어린이집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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