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14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야권 상황과 관련,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패권놀음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이 부정 경선 파문으로 폭력 사태를 겪고,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이 모두 패권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지정책에 대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복지는 허구적 복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동 정부' 구성을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를 추진하자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주장에 대해 "너무 정치공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6월9일) 직후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대선 전략과 관련해 "목표는 정권교체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그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_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국민이 안중에 없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라는 이념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 안에서 국민과 유리된 채 폐쇄적인 다툼을 하다가 저런 난장판을 보였다."
_이번 사태로 야권연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야권연대라는 명분 앞에 전부 도매금으로 넘길 수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권교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오케이'등의 말을 써서는 안 된다. 정권교체는 수단일 뿐 최종 목표가 아니다."
_4ㆍ11총선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움직임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야권 통합 이후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패권놀음이 시작됐다. 아직 국민은 우리에게 떡 줄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왜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불안해 하는가. 권력놀음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집권 근처에 가기도 전에 그랬다."
_총선 이후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도 강화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도 강화보다는 안정과 진보의 길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구체적 실천이 수반되는 진보의 길을 걷고 그래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_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 것인가.
"하나는 통합이고 또 하나는 준비와 안정감이다. 사회적 갈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통합을 안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통합을 위해 복지 정책은 필수적이며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_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도 복지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복지는 그 바탕이 민주주의여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이 없는 복지는 허구다. 선택적ㆍ맞춤형 복지는 차별이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복지를 국민 기본권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가가 시혜적으로 준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적이다.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권위적 리더십이 그대로 행사될 것이다."
_박 위원장을 상대할 필승 전략을 갖고 있는가.
"누굴 상대한다기 보다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열정을 바치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전개될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갈 소양이 없다고 본다. 능력 있는 진보를 통해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_안철수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에서 변수가 될 텐데.
"안 원장은 한국 정치의 백신이다.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차원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할지 지켜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우리만으로 안 된다'며 바깥을 기웃거리는 것은 옳지 않다. 동시에 민주당은 민주ㆍ진보세력을 크게 아우르는 통합의 자세도 갖춰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안 원장을 대해야 한다."
_일부에서는 안 원장과의 연대도 주장하는데.
"국민은 민주당이 집권하는 데 관심이 없다. 어느 당이 집권하건 국민을 편하게 먹고 살리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 담합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정치 불신만 가중시킨다."
_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를 평가한다면.
"문 고문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평가한다. 김 지사는 이장ㆍ군수로 시작하는 등 바닥부터 서민과 가까이 하고 지방자치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모두 우리 당의 집권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 "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박지원 역할 분담론'이 논란이 됐는데.
"저들만의 정치로 보여지면 이미 국민이 외면한다. 국민의 눈에서 보면 그것(역할분담론)은 저들만의 잔치다."
_대선에 나서면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당내에서 그런 비판이 오히려 더 강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민주당에 부끄러운 일을 했는가, 아니면 수권정당으로 만드는 일에 기여했는가. 야당 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정권교체 의지를 갖춘 당, 수권 능력을 갖춘 당을 만들기 위해 통합을 성사시켰다. 그런 이야기(탈당 전력 비판)는 자기 얼굴에 침 뱉기나 마찬가지다."
_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데.
"주변에서도 내가 '시대정신도 분명하고 실력도 있는데.…'라며 걱정한다. 시대정신이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매력이 없다고도 하는데 사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담담하게 임하고 있다."
_대선 레이스가 되면 경쟁력이 살아날 것으로 보는가.
"그게 없으면 왜 나섰겠는가. 묘비명에 '대통령 손학규'라고 쓰려고 나섰겠느냐? 이 나라 위해 할 것이 있으니 꼭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겠다."
인터뷰=김정곤기자 jkkim@hk.co.kr
정리=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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