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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영리 어린이집이 이윤 운운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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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영리 어린이집이 이윤 운운해도 되나

입력
2012.05.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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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간어린이집을 대표하는 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하 민간연합회)가 적정 이윤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걸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아이 1명 당 권리금을 책정해 어린이집을 사고 판다거나, 정부지원 보조금을 개인 주머니로 착복한다고 했어도 그저 몰지각한 일부 어린이집의 일이겠거니 생각했었다.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 중 대표자 변경으로 평가인증이 취소되는 어린이집의 수가 지난 4년간 급격히 증가한 통계자료를 접하면서 걱정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엔 민간어린이집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이윤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니 정말 어린이집이 '영업'의 한 종류가 되어가는 것 같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민간연합회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어린이집 운영 이윤을 위해 정부지원 보조금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민간 어린이집들은 그 동안 표준보육료가 낮게 책정돼 있어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숫자가 매월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또 규제완화를 해달라고 하는데,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과연 할 소리인가. 국민의 세금이 지원될 때는 필요한 규제와 집행의 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항이다.

어린이집은 그 운영주체가 누구이든지 간에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회복지시설이나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사업 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정부에서 각종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고아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없듯이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집은 '탁아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1921년 최초로 도입된 이후 영아사망률이 세계 두 번째로 높았던 6ㆍ25 전후,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 돌봐줄 사람 없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하는데 크게 공헌해 왔다. 당시에는 정부지원 보조금도 적고 운영환경도 지금보다 더 열악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사명감으로 보육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 어린이집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이다.

최근 무상보육 등 보육지원의 확대로 어린이집의 여건은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본다.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넘쳐나는 수요를 받기 위해 정원을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못지않게 예약대기까지 받는다고 한다. 언제까지나 일방적인 봉사정신을 어린이집에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보육'이 '영리화'라는 선만은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민간연합회의 주장이 모든 어린이집 원장들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도입된 5세 누리과정과 0~2세 무상보육에 이어 내년부터는 3~4세 누리과정까지 무상으로 지원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영유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육인 모두가 더욱 노력하고 집중해야 할 일은 보육료 지원과 더불어 수요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만족스러운 보육서비스의 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보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저출산 시대, 보육의 질 제고와 공공성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어린이집의 자체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민간연합회의 주장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정부와 보육현장, 부모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린이집의 설립주체가 누구이더라도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이유, 그것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은 투명한 운영과 높은 전문성을 갖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며, 정부는 어린이집이 안정적으로 보육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박숙자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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