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이 "2010년 6월 불법사찰 사건 언론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불러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불법사찰 증거인멸의 윗선이라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서유열 KT사장이 이 전 비서관 부탁으로 증거 폐기에 동원된 대포폰을 개설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동원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 데 이어 KT&G 사장, 케이블방송사 회장 등 수십 명을 불법 사찰했다고 의심할 만한 문건들도 대거 발견됐다. 문건에는 사찰 내용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명시돼 있었다고 한다.
당장 드는 궁금증은 두 가지다. 총리실 사찰팀의 국정농단의 끝이 도대체 어디까지이며,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몸통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지 2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증거인멸 부분은 관련자 몇 명을 추가로 구속하기는 했지만 아직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불법사찰 부분은 더 지지부진하다. KBS 새 노조가 폭로한 사찰 문건과 언론 등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 뚜렷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법사찰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던 일이라며 얼렁뚱땅 넘어갈 게 아니다.
검찰은 첫 수사 때 어물쩍 처리하는 바람에 여론에 밀려 재수사에 나서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마저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면 특별검사제는 물론 검찰이 그토록 반대하는 공직비리수사처 도입 재론 등 조직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증거인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어서 수사가 제대로 될 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마당이다. 검찰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모든 의혹을 국민이 납득할 수준까지 수사해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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