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중독자가 돼라."
한국 프로야구의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69) 전 롯데 감독이 김태균(30ㆍ한화)에게 조언을 건넸다. 김태균은 지난달 7일 개막전 이래 타율이 한 차례도 4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14일 현재 4할5푼5리(101타수 46안타 4홈런)의 높은 타율을 유지 중이다. 29경기에서 15차례나 멀티히트를 기록한 그는 3안타 이상 경기도 7번이나 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 15억원이라는 연봉 역사를 쓰며 한국 무대에 유턴했다. 일본에서 까다로운 변화구를 익힌 뒤라 스윙은 더 간결해졌고 좀처럼 나쁜 공에 방망이를 내지 않고 있다. '억'소리 나는 투자에 걸맞은 만점 활약.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 감독이 MBC 청룡에서 4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한 이후 정확히 30년 만에 꿈의 4할 타자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백 감독은 14일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기록 달성 여부를 논하긴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4할 타율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그는 우선 "반드시 4할 타율을 넘어서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보여지는 기록은 김태균이 전지훈련에서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며 부상 없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지난 2002년 김태균을 지도한 적이 있다. 한화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맡아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프로 2년 차인 김태균을 곁에서 지켜봤다. 당시 백 감독은 몸쪽 높은 코스를 안타로 만들어내는 김태균의 능력을 보고 단숨에 대형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삼성 이승엽이 절로 떠오른다. 40홈런을 보증한다"며 "몸쪽 공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 그렇게만 하면 태균이 너는 대형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격려도 수 차례 했다.
백 감독은 "몸쪽 높은 공을 건드려 파울이 아닌 안타로 연결할 수 있는 타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드물다"며 "김태균이 4할을 위해서는 야구 중독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타는 원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 맞아도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게 야구"라며 "야구에 대한 집념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중독만 된다면 어마어마한 기록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도 곁들였다. 19살의 나이에 일본 무대에 진출한 백 감독은 '죽더라도 여기서 죽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야구를 했고, 1년6개월 여 만에 1군에 올랐다. 이어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82년엔 38살의 나이에 한국에 돌아와 "여기서 못하면 일본 성적이 우습게 된다"는 집념으로 결국 4할 타율을 넘겼다.
백 감독은 "예전과 지금의 시절은 많이 다르다. 김태균의 야구 환경은 내 시절과 또 다르다"며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신념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기록은 야구 실력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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